|
그는 “블랙박스는 기본적으로 항공기의 기본 데이터가 들어가는 FDR(Flight Data Recorder)과 CVR(Cockpit Voice Recorder)이라는 장비가 있다. 이 두 가지가 전부 기록된다”며 “블랙박스는 굉장히 중요하기에 중력 가속도의 3400배를, 1100도씨에서 1시간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박스에 충돌 4분간 기록이 사라진 이유로는, 보잉) 737 같은 경우 이 2개의 장비(FDR, CVR)에 들어가는 전원이 항공기 엔진 제너레이터에서 나오는 교류 전원을 받는다”며 “FDR 같은 경우 좌측 엔진에서, CVR 같은 경우는 우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가 다 (저장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두 엔진 모두 기능을 상실했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며 “요즘 항공기들은 바다에서부터 나갈 수 있는 거리가 120분, 207분까지 늘어날 정도로 엔진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조류와 충돌하거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는 두 개의 엔진이 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날 확률은 “700만 분의 1”이라며 “굉장히 드문 케이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보조 배터리 설치 의무 사항’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는 “CVR의 전원을 10분 안팎 정도로 전원을 공급해줄 수 있는 보조 배터리(RIPS)를 장착하도록 한다”면서도 “이 비행기는 해당 규제 이전에 만들어진 항공기”라고 답했다.
뒤이어 진행자가 ‘독립적인 배터리 장치 유무’에 대해 질문하자 권 교수는 “기본적으로 엔진 2개가 꺼지면 APU라는 (보조 엔진) 장비를 작동하게 된다”며 “보조엔진을 작동하게 되면 다시 정상 공급을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는 워낙 긴급했기에 이 보조 엔진 자체를 작동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정이지만 항공기 접근 중 우측 엔진이 먼저 조류와 충돌하며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하고 좌측 엔진도 함께 조류와 충돌하며 2개 엔진이 꺼졌을 것”이라며 “이 경우는 유압 장치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항공기 조종간이 굉장히 무거워진다. 그래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블랙박스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사고 원인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며 “항공기가 정확하게 몇 와트, 몇 킬로미터의 속도로 부딪혀 이렇게 화재가 발생했는지 등 부분들은 밝히기 곤란한 상태가 됐다”고 했다.
또 “엔진 설계 시 조류 충돌 실험을 하게 돼 있다”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참사 당시) 조류 떼가 거의 수백 마리 이상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관제사가 처음에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줬겠지만 (여객기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 순간 조종사가 봤거나 부딪혔을 것이다. 저런 조류를 봤을 때는 이미 좀 늦었다고 볼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객기가) 활주로 쪽으로 하강하면서 아마 새 떼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종사는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안전하다 판단했을 것”이라며 “(조류를) 피하려고 파워를 넣었는데 그 상태는 엔진이 고출력이니 항공기가 오히려 손상이 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끝으로 권 교수는 이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장치들을 조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모든 것은 국제 기준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그런 것(둔덕이 로컬라이저 앞에 있을 상황)까지는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