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최윤종(30)은 대낮에 출근 중이던 일면식 없는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누구나 언제든 흉악 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줘 여성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경찰의 치안 강화에도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여성들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
최윤종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마주친 여성을 너클로 무차별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강간하고 싶어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윤종 사건 이후 치안역량을 강화했지만 전북 전주시에서는 유사 범죄가 또 발생했다. 지난 23일 자정쯤 40대 남성이 전주시 완산구 산천변 산책로를 거닐던 30대 여성의 목을 잡아 풀숲으로 끌고 간 것이다. 다행히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며 빠져나와 추가 범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윤종 사건이 발생한 신림동에서는 한 빌리 앞에서 음란행위를 한 30대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1일 밤 10시20분쯤 빌라 담장을 넘어 들어간 후 반지하 주택 앞 창문 안쪽을 바라보며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반복되는 성범죄에 여성단체들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 시민단체를 포함한 200여명의 시민들은 지난 24일 최윤종 사건이 일어났던 신림동 등산로 입구에서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방치 국가 규탄 긴급행동’을 열었다.
이날 공동행동 참여자들은 참담함을 넘어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은 “그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녀 또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에서 공원과 숲길을 걷고 출근하는 등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을 누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되돌릴 수 없는 여성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고 말했다. 한선희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매 순간 최선의 삶을 사셨을 피해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며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 살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