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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서 미투 제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파이류, 아이스크림, 라면, 스낵, 음료, 껌에 이르기까지 ‘성공 공식의 복제’는 이미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일부 미투 제품은 법적 문제로 불거졌지만, 법원은 대부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최근 몽쉘 베끼기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오리온도 미투제품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1974년에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가 인기를 끌자 롯데, 해태 등은 ‘초코파이’ 미투제품을 우후죽순 출시했다. 오리온은 경쟁사가 초코파이 명칭을 상표로 등록하고 제품을 출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초코파이가 상표로 식별력이 없다”며 롯데와 해태의 손을 들어줬다. 오리온이 당초 상표등록을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로 했기 때문이다. 이후 초코파이는 특정 브랜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과자류 전체를 지칭하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7년 오뚜기와 동원F&B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고, 삼양식품도 2014년 자사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베꼈다며 팔도 ‘불낙볶음면’에 디자인·조어법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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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제품 근절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모방하면 적은 비용으로 제품 개발이 가능한데다 실패 확률도 적다. 히트 제품의 후광 효과를 얻어 손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회사들이 R&D 투자를 늘리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매출 기준 3조원 이상 주요 식품회사 11곳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평균 0.74%에 불과하다. 100원을 매출로 벌면 0.74원을 연구개발을 위한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얘기다. 이는 2023년 국내 R&D 투자액 상위 100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 평균인 4.4%의 4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세계 1등 식품회사인 스위스 네슬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인 1.86%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CJ제일제당(1.2%) △대상(1.1%)을 제외하고는 △농심(0.9%) △동원F&B(0.4%) △오리온(0.5%) △롯데웰푸드(0.7%) 등 대부분 1%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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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업계는 ‘양심 불감증’이 다른 산업보다도 높다. 대표적인 패스트 무빙(Fast Moving) 산업이어서 신제품이 한 해에 수십 개씩 쏟아지다 보니 차별화에 대한 고민보다 ‘빨리 따라가는 전략’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소비자가 혼동할 정도로 똑같이 베끼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성과에 매몰된 미투 전략이 반복될수록 업계 전반의 혁신 역량과 브랜드 신뢰도가 약화될 수 있다”면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비슷한 제품’이 아니라, 품질과 철학을 갖춘 브랜드라는 점에서 식품업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