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과도한 완충 탓?” 충전율 90% 제한 도입한다

함지현 기자I 2024.08.09 14:00:00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충전율 90%이하만 출입 권고
전기차 제조사에서 ‘90% 충전제한 인증서’ 발급 추진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충전소 지상설치·방화벽 구획 적용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서울시는 최근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발생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완충에 가까운 과도한 충전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한다고 9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조사 출고 시 충전율 제한 선택하면 인증서 발급

전기차 화재는 특성상 정확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하나, 계속되는 완충에 가까운 과도한 충전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충전율을 제한하는 것이 전기차 화재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 산업계 등에서도 일부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시는 현시점에서 충전제한이 전기차 화재예방에 유의미한 방법이라 보고, 전기차 90% 충전제한 정책을 추진한다.

먼저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율 제한 방법은 전기차 제조사의 내구성능·안전 마진 설정과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두 가지로 구분한다.

내구성능·안전 마진은 전기차 제조사에서 자체적으로 출고 시부터 배터리 내구성능 증가 등을 위해 충전 일부 구간(3~5%)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구간을 말한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하면 실제 배터리 용량의 90%만 사용 가능하고, 해당 용량이 차량 계기판에 100% 용량으로 표시된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자가 직접 차량 내부의 배터리 설정 메뉴에서 90%, 80% 등 최대 충전율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제조사에서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설정한 전기차에 소유자가 목표 충전율을 80%로 설정한다면, 배터리의 72%(0.9*0.8)를 실제 사용하는 구조이다.

목표 충전율은 전기차 소유주의 자율적 의지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는 전기차 소유자가 요청할 경우 제조사는 현재 3~5% 수준으로 설정된 전기차의 내구성능·안전 마진을 10%로 상향 설정하도록 하고, 해당 차량에는 제조사에서 90%로 충전제한이 적용됐다는 ‘충전제한 인증서(가칭)’를 발급할 계획이다.

국내 전기차 제조사는 자체적인 시험 검증을 통해 내구성능 마진 3~5%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시는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한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해 전기차 소유주가 희망하는 경우 제조사에서 충전제한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이에 국내 제조사는 충전제한 적용에 대한 기술적인 방법과 제조사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 등 인증서 발급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개정 이전에도 공동주택에 관련 내용을 먼저 안내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자체적으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내 90% 충전제한 차량만 출입 허용을 선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9월부터 우선적으로 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를 대상으로 충전율을 80%로 제한하고, 향후 민간사업자 급속충전기까지 확대키로 했다.

◇배터리 노후·결함 등 다양한 화재 요인 대응 방안 강구

다만, 배터리 충전율을 낮춘다 할지라도 배터리 노후 및 결함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전기차 제조사들과 주차 중인 차량의 배터리 상태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에 사전진단해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는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선제적 화재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불시 기동단속 및 화재안전조사 등 소방시설 긴급 점검과 제도개선을 시행한다. 소방재난본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 서울시내 공동주택 약 400곳에 대해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와 개선사항 등을 9월 말까지 긴급 점검한다.

또한, 올해 10월까지 ‘서울특별시 건축물 심의기준’ 개정을 통해 향후 신축시설에 대한 안전시설 기준을 마련한다. 신축시설은 전기차 충전소 지상설치를 원칙으로 하되,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주차장의 최상층에 설치토록 한다. 또한, 전기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은 3대 이하로 격리 방화벽을 구획하고 주차구역마다 차수판을 설치할 계획이다.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최근에 전기차 화재로 인해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전기차 충전제한을 통해서라도 전기차 화재 예방에 상당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될 수 있도록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시스템 구축·개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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