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 취임식에서 자신이 직접 고른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건넨 말이다. 넉 달 만에 이 말은 시험대에 올랐다.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정반대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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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일랜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통화정책이 완화되지 않으면 무역 전쟁을 키우겠다는 위협도 내놨다. 다만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올릴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는 데에는 백악관 내부의 정치적 불안도 깔려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리를 내리면 실제 대출 이자에 반영되기까지 몇 달이 걸리더라도,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책임을 정부 밖으로 돌릴 수 있다.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가 예상을 웃돌면서 선물시장에서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금리 인상 확률은 85%를 넘어섰다. 지난 7월 회의에서 정책위원 3명이 인상을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표를 던진 데 이어 물가 지표까지 나빠지자 연준 안에서도 인상 쪽으로 무게가 쏠렸다.
파월은 5개월 만에 표적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강행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그가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전임자 사례에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에 지명한 제롬 파월 전 의장은 2018년 2월 취임했지만, 같은 해 7월부터 금리를 올린다는 이유로 공개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수년간 해고 압박을 포함한 전례 없는 공격이 이어졌다.
말로만 그친 것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했지만 대법원에 가로막혔다. 아울러 미 법무부는 연준 본부 재건축과 관련한 사기 의혹으로 파월 전 의장을 수사했다. 이후 여야 의원들이 반발하고 연방판사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한 뒤에야 물러섰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예견했다. 그는 워시 의장을 지명하기 며칠 전인 지난 1월 “다들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한다. 그러다 자리를 얻고 나면 갑자기 ‘금리를 조금 올립시다’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미루려 든다면 이끌어야 할 동료들 사이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그가 물려받은 정책위원회는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파월 전 의장은 지난 5월 의장 임기를 마친 뒤에도 수십년 관례를 깨고 이사직에 남아 트럼프 대통령이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지 못하게 막았다.
다만 워시 의장은 파월 전 의장과 처지가 다르다는 관측도 있다. 파월 전 의장이 백악관과 거리를 두고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차례 격의 없이 통화해왔다.
마이클 레드먼드 에너지애스펙츠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전화로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며 “워시 의장이 그렇게까지 압박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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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워시 의장의 선택지는 좁다. 헤더 롱 네이비페더럴크레디트유니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은 지금 정치적으로 이길 방법이 없다”며 “올리면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올라올 것이고, 동결하면 시장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리스 오브스펠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분노를 사거나 시장에서 신뢰를 잃거나 둘 중 하나인 상황”이라며 “훗날 물가에 더 심각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그는 “워시 의장이 연준의 책무가 걸린 마당에 행정부 압력에 굴복한 의장으로 기록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충돌 수순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산하 블룸버그이코노믹스도 “투자자들이 인상을 원하고 또 예상한다는 신호가 분명하다”며 “연준이 올리지 않으면 워시 의장은 시장 참가자들 눈에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역설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편이 미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물가 기대가 오르면 장기 국채 금리가 뛰어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조달 비용이 되레 비싸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29일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고 워시 의장이 투자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자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눈에 띄게 올랐다.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를 올리는 것은 연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행정부가 하려는 일에 해가 되기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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