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선전이 허위와 과장, 비방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후발 주자의 조바심과 선두 업체의 초조함이 빚어낸 촌극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차적으로는 업체가 타격을 받을 테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업계에 소비자 불신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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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자랑은 너의 흉
3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정육각은 지난 20일 “시중 삼겹살 기름 비교 광고로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에게 불쾌감을 드려 사과한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자사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광고는 묽고(정육각) 탁한(일반 삼겹살 업체) 삼겹살 기름을 비교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돼지고기가 맛있는 시기는 도축하고 5일까지`라며 정육각은 나흘 이내 `초신선` 정육만 다룬다는 광고도 했다.
기름 비교로 타사 제품을 깎아내리고 맛의 기준 닷새는 근거가 약하다는 비난이 일자 광고를 내리고 사과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사 사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정육각 광고를 이달 남양유업 광고와 견줘보는 시각이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에서 코로나19에 대항하는 면역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이 반박하고, 소비자가 반발하고, 주가가 요동쳤다. 회사는 현재 부당 광고 혐의로 고발당하고 공장 영업 2개월 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식품표시광고법은 기만, 거짓, 과장, 비방 등 광고를 제한한다.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 처벌하고 영업정지(2개월)와 제조정지(6개월) 행정 처분도 뒤따른다.
◇ 참을 수 없는 `1등 마케팅` 유혹
사실 모든 광고는 적절하게 과장되고, 어느 선에서는 기만적이다. 얌전빼서는 소비자 지갑을 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절대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하고 상대적인 균형을 맞추는 선에서 줄을 타는 게 광고인 셈이다. 정육각과 남양유업을 둘러싼 시장과 제도권의 대응이 따가운 것은 광고가 균형을 잃은 탓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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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 테라가 카스를 좇는 구도에서 보면, 오비맥주의 초조함이 읽힌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인 하이트진로가 만든 `추격 구도` 링에 오비맥주가 `내가 1등`이라면서 오른 것이다. 식품사 관계자는 “스스로 1등이라고 언급하지 않는 게 1등의 여유”라며 “농심이 `신라면`을 1등 라면이라고 광고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순위 마케팅은 언제나 적중하는 전략은 아니다. 순위의 배경을 읽는 소비자에게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순위는 매출액인지 판매량인지, 소매인지 도매인지, 오프라인인지 온라인인지에 따라 각각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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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전쟁이 대표적이다. 대상 `종가집`(1위)과 CJ제일제당 `비비고`(2위) 점유율 격차가 줄어드는 프레임은 후발주자에서 원하는 구도다. 그런데 이 숫자는 오프라인 소매 판매점을 표본 조사한 결과이다. 온라인과 도매는 포함하지 않는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시장조사업체가 온라인 시장을 파악하지 못하는 탓에 이들과 계약을 끊은 지 오래”라며 “이런 배경을 아는 소비자에게는 숫자를 내밀면 불신을 자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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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간 비방은 자칫 업계 공멸을 야기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2010년을 전후해서 난타전을 주고받던 유업계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휴전`하고, `버거 전쟁`으로까지 불렸던 버거 업계가 친선을 맺은 것은 위기감을 반영한 조처로 회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