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가 끝났다고 아쉬움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 배구대표팀 에이스 허수봉(28·현대캐피탈)은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며 다시 운동을 시작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놓친 메달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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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었어요. 모든 경기에서 이기려고 했고, 메달이라도 하나 들고 돌아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죠. 아직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예요”
한국 남자배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7위에 그쳤다. 조별리그에서 중국에 2-3으로 졌고, 8강에서도 이란에 2-3으로 패했다. 아시아의 라이벌들을 상대로 마지막 5세트까지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두 번 모두 웃지 못했다.
허수봉에게는 단순히 두 경기를 진 것 이상의 아픔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뛰면서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커진 만큼 패배 뒤에 찾아온 실망도 컸다.
“정말 아쉽게 진 경기들이었어요. 선수들이 계속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 있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어요.”
무엇보다 3년 전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허수봉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공격을 맡았다. 당시 한국은 12강 토너먼트에서 파키스탄에 0-3으로 패한 뒤 최종 7위에 머물렀다.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없이 돌아온 것은 61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그 아픔을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받아든 성적표도 7위가 적혔다. 허수봉은 “그때 겪었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 생각까지 겹쳤다”며 “선수로서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뷰 자리에서는 “잘했어”라는 격려도 나왔다. 주변에서도 고생했다는 말을 건넨다고 했다. 하지만 허수봉 본인이 받아들이는 결과의 무게는 달랐다. 애썼다는 말만으로는 간절했던 마음을 다 달랠 수 없었다.
허수봉이 찾은 방법은 다시 배구를 하는 것이었다. “빨리 털어내고 현대캐피탈에서 경기력으로 돌아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남긴 아쉬움을 안고, 이제 소속팀 동료들 곁으로 돌아간다.
복귀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귀국 후 휴식을 취했고, 7일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다음 주에는 팀 훈련에 본격적으로 합류한다. 허수봉은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기보다 마음을 먼저 새롭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몸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연이어 치렀지만 체력 부담은 지난해보다 덜하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5월 대표팀 소집에 바로 합류하지 못했을 때, 한두 달 동안 재활과 근력 운동에 집중한 것이 도움이 됐다.
“근육량을 많이 늘려놓고 두 대회를 치렀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해둬서 그런지 지금은 체력적인 부담이 없는 것 같아요.”
오는 19일 개막하는 여수·NH농협컵대회 남자부 경기에 나갈 준비도 하고 있다. 출전 여부를 묻자 “감독님이 결정하실 문제”라면서도 “일단 뛰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 시즌에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달라졌다. 허수봉은 지난 4월 현대캐피탈과 연봉 8억 원, 옵션 5억 원을 합친 보수 총액 13억원에 재계약했다. 남자부 역대 최고 대우다. ‘연봉킹’이라는 말을 듣는 기분을 묻자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부담은 되죠. 그래도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부담을 덜어낼 방법도 코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기량뿐 아니라 팀 성적으로 기대에 답하고 싶다고 했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자신의 몫으로 여겼다.
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허수봉은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아시안게임에서 이루지 못한 목표를 뒤로하고, 이제 현대캐피탈 동료들과 우승에 도전한다.
“항상 우승을 위해 뛰는 거예요. 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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