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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위한 상법 개정이라지만…"법체계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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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4.22 10:04:32

이재명 "주주이익 보호 위한 상법 개정 재추진"
강수진 고려대 교수, 상법 개정안 연구·검토
"충실의무 확대는 회사와 주주간 경계 희석"
배임죄 적용에도 영향…법리 구조 전반 파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확대하려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은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 주도로 추진돼왔으나 정부가 법리적 문제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제계와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사 출신 강수진(사진·사법연수원 24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고려대 법학연구원이 발간한 학술지 ‘고려법학’ 제115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상법 개정을 통해 형법상 배임죄에서의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범위, 재산상 손해의 인정범위 등을 유추·확장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위험이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을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의 지배주주가 물적분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의 자본거래를 통해 회사의 가치는 유지하면서 일반주주의 지분가치를 실질적으로 떨어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입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강 교수는 이 조항이 기존 충실의무의 개념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충실의무란 이사가 회사와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추구 유혹을 포기하고,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의무’다. 그는 “충실의무는 본래 이익충돌의 금지와 이익향유의 금지를 본질로 한다”며 주주의 이익을 직접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회사’에 대한 것이지, 주주 개별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또 “개정안이 충실의무의 대상을 확대하면서,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의 개념을 혼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실의무는 고의와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익충돌 자체를 금지하는 성격을 지닌다. 반면 선관주의의무는 통상적으로 경영판단의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요소를 섞게 되면, 두 의무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사가 누구에게 충실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단순한 입법 기술 문제가 아니라 회사법의 근본 구조와 직결된 쟁점이다. 강 교수는 “충실의무의 대상이 특정돼야 하며 이는 독립한 법인격을 가진 회사가 돼야 할 것”이라며 주주와 회사를 구분하는 법리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강 교수는 개정안이 제시하는 ‘비례적 이익’이라는 개념 자체도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그는 “비례적 이익의 내용은 사전에 절대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개별 주주에 따라 또는 이익을 산출하는 방식이나 기간 등에 따라 그 내용이나 침해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결과적으로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모호성은 민사적 분쟁뿐 아니라 형사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배임죄 적용 여부다. 상법 개정안이 충실의무의 대상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하려는 가운데 그 위반이 곧바로 형법상 배임죄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 논의가 제기된다.

강 교수는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지, 주주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는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주식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는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체이므로, 이사가 주주의 재산보전 책임까지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개정안과 같은 입법만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가 확대되고, 그 의무 위반이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형사책임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별도의 해석과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강 교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회사법과 형법의 경계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법문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체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개정안은 회사와 주주의 법리적 구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상법 개정이 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하더라도 충실의무의 법적 구조를 흔드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의 건 등 재의요구권 8건이 상정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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