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매체, 尹 체포에 “韓 국민 분열 촉발할 수도”

이명철 기자I 2025.01.17 10:25:07

정부는 말 아꼈지만 관영 환구시보가 현 상황 분석
“탄핵 재판 불확실성 남아, 정치 세력 갈등 더 심화”
“사법 일정·김건희 여사 문제 등 여야 갈등 빚을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중국측 의견으로 볼 수 있는 관영 매체가 한국 상황을 분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초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는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윤 대통령은 지난 수요일(15일) 관저에서 체포돼 짧은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구금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 됐다”고 17일 보도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15일 오전에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 중국 외교부의 궈자쿤 대변인은 같은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질문에 “한국의 내정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GT는 한국 언론과 외신들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체포된 상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은 범죄가 아니고 대통령 권한 행사라고 주장한 사실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내용 등도 보도했다.

중국 또한 한국의 정치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에서 미국·일본과 안보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이에 중국은 줄곧 한국에 대해 외교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탄핵이 확정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만큼 향후 한국의 대중 정책이 변화할지 관건으로 지목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전략연구소의 동샹롱 선임연구원은 GT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재판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재판 절차, 판사들의 정치적 입장, 파벌간 격렬한 정치적 갈등 같은 요인으로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동 선임연구원은 “윤 대통령의 체포로 한국 내 여러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돼 이번 정치적 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져 한국 정치 지형에 더 큰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GT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후 국민의힘은 체포 영장의 불법성을 지적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특검법 통과를 압력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동 선임연구원은 “국민의힘이 너무 일찍 대선을 치르지 않고 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그에 대한 사법 조사를 가능한 지연시키려 할 수 있다”며 “야당도 윤 대통령 탄핵 재판과 영부인(김건희 여사) 스캔들 같은 주제를 놓고 여당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갈등은 국민의 분열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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