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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선박 용접업무를 담당해오던 A씨는 2005년부터 탈수 현상과 심한 두통, 기억력 저하를 호소한 뒤 2006년 치료를 위한 휴직 이후 복직하지 못한 채 이듬해 퇴사했다.
이후 A씨는 2007년 자신의 질환이 용접작업 중 망간 가스에 노출돼 발병한 병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불승인됐다. A씨는 2008년 파킨슨증 진단을 받자 재차 요양신청을 했지만 2010년 또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부산고법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2013년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2015년 패혈증으로 사망했고, 유족은 현대중공업이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현대종합금속이 제작한 용접봉에 하자가 있다며 각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용접봉 등 용접제품에 망간이 일부 함유돼 있고, 일부 작업자에 대해 노출기준치 초과사실이 확인돼 보호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법원에 제출된 의학적 소견은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거나 가능성을 추정한 것에 불과해 상당인과관계를 부족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어진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망간은 용접 강도를 유지하는 필수 원소이고 대체가 불가능해 제조상·설계상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용접봉 포장에 증기 흡입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있는 표시가 돼 표시상 결함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봤다.
A씨 유족은 대법원 판단을 구했지만, 사법부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질병으로 확정된 사실을 민사법원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행정소송에서 망간 중독으로 인한 파키슨증 발병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제출된 의학적 소견에 비춰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나 파킨슨증은 근거규정상 망간 중독으로 인한 것임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기초해 근거 규정 내용에 따라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어 보호의무 위반과 파킨슨증 발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는 불법행위에서의 상당인과관계보다 인정범위가 넓으므로 행정소송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는 점만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반드시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