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청회 이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반기 관련 입법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고준위 방폐장 기본계획안’ 관련 첫 공청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주민들 반발로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2시간 만에 종료됐다.
원전 인근 지역인 영광·경주·고창·부산 등 주민들, 경주시의원, 환경운동연합 등 100여명은 단상을 점거하고 공청회 중단을 촉구했다. 정동희 원전산업정책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이 정오께 단상 앞에서 정부 입장을 밝히려 하자 주민들은 물리적으로 이를 저지했고 공청회는 12시께 파행 끝에 끝났다. 경찰 수백여명이 출동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는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앞서 지난달 산업부는 중간저장시설(2035년)·영구처분시설(2053년) 가동 등의 로드맵을 담은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산업부는 부지선정 의견수렴·조사 기간을 12년으로 늘리는 대신에 원전 부지 내에 단기저장시설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단기저장시설 신축에 따라 지원금 등 지원지원 대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 주민들은 “정부에서 앞으로 12년간 부지 선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여건 상 결국 원전 지역 부근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사전에 지역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공청회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에 방폐장 단기저장시설을 추가로 신축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며 “계획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한빛원자력발전소 범 군민 대책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끊임 없이 (원전) 수명연장 획책 의도를 드러내며 각종 재정 지원책으로 군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고준위 핵폐기물 관련 모든 사항은 군민의 합의 하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부지 타당성 조사 즉각 중단 △단기저장시설 신축 및 구조물 설치 반대 및 즉각 철회 △한빛원전 수명연장 중지 △정부·한수원의 지역주민 갈등조장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모(62·고창)씨는 “단기저장시설을 더 신축하면 우리 후세대까지 원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전기는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왜 원전 부근 주민들만 계속 손해를 입어야 하나”고 되물었다.
산업부는 추가 공청회를 당장 열지는 않지만 지역 설명회 등 의견수렴을 충분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을 찾은 우태희 2차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곳에 방폐장을 지을 수 없다. 정부는 특정(부지)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고준위 방폐장 기본계획안’은 일방적으로 방폐장을 선정하려는 게 아니라 기본 절차(로드맵)를 만들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동희 원전산업정책관은 기자와 만나 “공청회는 절차를 지켜 마무리 됐다”며 “앞으로 영덕, 경주 지역 등을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 지역 주민들이 원할 경우 공청회를 추가적으로 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역 설명회 등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7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안 실행을 위한 (가칭)‘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하반기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법률에 따라 로드맵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법률 제정안을 놓고 여야 격돌이 전망된다.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감정을 잘 헤아릴 수 있는 접근도 필요하다”며 “지역주민과 제대로 소통하는 전문가를 확보하고 단기저장시설의 운영기간 명시, 적절한 보상계획 수립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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