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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부 경제·안보 어려움 직면할 것…긴밀한 대응 필요”
이날 간담회에는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 이혜정 중앙대 교수, 김재관 전 전남대 교수, 이승근 계명대 교수가 각각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유럽의 입장과 전략적 이해관계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한국의 외교·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석환 교수는 “한국경제는 교역규모나 투자보다 환율이 중요한데, 환율이 요동치면 무역적자가 심화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혜정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약한 고리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한미동맹을 강조하기보다는 국제법과 국제연합(UN) 질서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석환 교수도 “한미동맹에 대한 약속(commitment)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제재는 동참하되 동의에 의한 집단적 제재에만 동참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관 교수는 “글로벌 역학관계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국의 외교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신삼각관계의 기본 구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걸맞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승근 교수는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반면교사삼아 핵 개발 강화에 나설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결 국면 장기간 이어질 것…韓 경제 악영향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새로운 글로벌 질서가 재편될 거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로 고조된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혜정 교수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가 올해 안에 만들어지기는 어렵고 오랜 교착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안보와 경제를 논하는 전제가 돼왔던 부분이 깨지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위기로 인해 파생된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승근 교수 역시 “러시아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부 수립뿐 아니라 발트 3국에도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대결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주요국의 입장에 대해 이승근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유럽 내 미국과 나토(NATO)의 힘을 빼기 위해 러시아와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고, 영국은 이번 위기 관련 긴장을 고조시켜 자국의 이익을 모색하고자 할 것”이라며 “중동부 유럽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간지대 선점에 대한 헤게모니 싸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담회 직후 정민현 대외연 러시아유라시아팀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 전체의 단기적 영향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한 가격 변동과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 등 수익성 악화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의 수출 및 금융제재로 우리나라의 교역, 투자, 생산성 측면에서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에너지 공급충격까지 장기화할 경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부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에 대한 (미국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으로 대러 수출 차질이 예상되나 반도체 대러 직접수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FDPR이 적용되는 반도체 수출 차질로 인한 개별기업의 피해는 다르므로 피해규모에 따른 선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화석연료 수급 차질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악화 문제는 중소기업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수출 중심의 제조업 중소기업에 대한 장기적 차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