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제주 남원읍에 위치한 제주남원농협 거점산지유통센터(APC)에서 만난 현종호 남원APC 유통과장은 올해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감귤 피해에 대해 이같이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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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APC에서는 감귤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2532평 규모의 APC에서는 공장처럼 자동화 된 설비들에 따라 들어온 감귤이 총 10단계를 거쳐 상품화 되고 있었다. 1차로 육안 선별을 거친 뒤 깨끗히 세척된 감귤은 인공지능(AI) 카메라가 미세한 썩음도 식별하는 것은 물론, 비파괴 광센서·근적외선 카메라 등을 통해 껍질을 자르지 않고도 당도·크기를 선별해 8가지의 상품군으로 나눠지게 된다.
현 과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선별라인으로 하루 최대 100만t을 처리할 수 있다”며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조생감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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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이상기후로 달라지는 재배환경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감귤은 기온이 20℃ 이하에서 노랗게 착색이 잘 된다. 하지만 올해 열대야로 저녁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착색이 되지 않고 녹색을 유지한 감귤의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또 비가 많이 오면 귤의 크기가 커지는데,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가공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상품률도 떨어지게 된다.
올해 7~9월 제주도의 폭염(체감온도 33℃ 이상)은 지난해 6.6일에서 올해 21.4일로 3배 이상 늘었고, 열대야(야간에 기온이 2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도 올해 63.3일로 지난해(37.7일)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제주도에서는 감귤 출하량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올해 관련 조례를 개정한 상태다. 제주도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감귤의 크기 및 당도, 착색률 등을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상품의 크기의 기준도 완화되고, 착색률과 무관하게 당도만 맞으면 출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덕에 올해 감귤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이상엽 제주도 감귤유통과장은 “올해 노지감귤 출하량은 40만8000톤으로 지난해(39만8000톤)보다 2.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은 착색 부진, 외관 불량 등으로 지난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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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확대를 위한 감귤 수출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지난 13일부터 서귀포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제주국제감귤박락회’가 개최됐다. 국제 행사로 열린 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특히 지난 14일 열린 행사에서는 전세계 12개국에서 34개 해외바이어들이 찾아 감귤 관련 상품 수입 상담을 진행했다. 이날 하루동안 열린 수출 상담에서 상담액만 1200만달러를 훌쩍 넘었고, 계약액도 200억을 넘겼다.
고병기 박람회 조직위원장은 “홍보 효과 등을 더하면 박람회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1000억원은 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파야·공심채 등 아열대 작물로 농업환경 변화 대응”
기후변화에 대응해 제주도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등연구소에서는 아열대 작물 재배 연구에 나서고 있다. 아열대 작물은 고온 조건에 잘 적응해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작물로 꼽힌다. 연구소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파파야·망고·공심채 등 17개를 선정해 재배지 예측, 재배 기술 개발 등을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방문한 연구소 앞에는 나란히 줄지어 선 하우스 10여개가 있었다. 하우스 속에는 각기 다른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파파야를 키우는 하우스는 아열대 작물에 맞춰 최저 온도가 13℃로 설정돼,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한현희 농업연구관은 “다양한 종의 파파야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품종부터 재배와 가공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전지혜 연구소 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