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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입증을 위한 심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DNA 감정을 통해 석씨와 숨진 여야 A양의 모녀 관계가 인정되지만, 이를 미성년자약취와 연결짓기엔 증명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석씨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에 관한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심 결론 의문…석씨 행동 설명 안돼”
특히 1·2심에서 범행동기라고 판단한 ‘출산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에 대해서도 “딸과 손녀가 가족들을 모두 속이고 바꿔치기 범행을 감행할 만큼 애정에 있어 차이가 있는 존재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 같은 동기로 범행을 감행했다면 A양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은 행동을 설명하기 곤란하다”고 결론 냈다.
대법원은 아울러 1·2심이 유죄 판단의 근거로 인정한 간접증거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바뀐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 전후로 병원에 기록된 아이 체중이 크게 변화한 것에 대해선 “신생아 체중은 출생 후 3~4일 동안 태변과 수분 배출로 5~10% 줄어들어 출생 후 4일째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A양 발에 붙은 식별띠가 떼어져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간호사들의 진술에 차이가 있는 이상 추가 조사를 통해 분리가능성을 대해 보다 정확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밖에도 △A양의 귀모양 변화 여부 △석씨의 A양 출산 후 바꿔치기 전까지의 양육 과정 △석씨의 재입사 배경 등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
◇사실상 범행동기 전면 추가심리 요구
이에 따라 대구지법에서 열리게 될 파기환송심에선 대법원이 지적한 ‘심리 미진’ 부분에 대해선 추가적인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법원이 상당부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본 만큼, 석씨의 파기환송심에선 추가적인 사실관계 입증을 두고 검찰과 석씨 측 간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유전자검사 결과가 직접 증명하지 않는 별도의 사실관계인 쟁점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형사증거법의 일반적인 법리에 따라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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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 결과 전 남편과 이혼 후 홀로 A양을 키웠던 김씨는 2020년 초부터 다른 남성과 교제를 시작하며 A양을 집에 홀로 자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주 집을 비우던 김씨는 2020년 8월 출산이 임박하자, A양만 집에 버려둔 채 교제하던 남성 집으로 홀로 이사를 갔다. 김씨가 떠난 후 홀로 남겨진 A양은 아사했다.
아래층에 살고 있던 석씨는 지난해 2월 9일 임대인으로부터 김씨가 거주하던 집의 임대기간이 종료됐다는 연락을 받고 짐정리를 위해 김씨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A양 시신을 발견했다.
◇석씨 “출산사실 없다” 주장했지만…대법마저 “DNA로 입증”
석씨는 김씨의 처벌 등을 우려해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다가 A양에 대한 연민 등으로 이를 포기했다. 그는 하루 뒤 직접 경찰에 “외손녀인 A양 시신을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김씨를 즉각 체포해 구속한 후 살인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후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해 2월 26일 경찰의 친생자 확인 감정 의뢰에 대해 “김씨는 A양의 친모가 아니고, 자매관계로 확인된다”는 결과를 통지한 것이다.
경찰은 즉각 석씨와 석씨 남편 등의 DNA를 채취해 감정을 다시 의뢰했고, 국과수는 5일 뒤인 지난해 3월 3일 “A양과 석씨와에 대해서만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석씨는 경찰에 구속된 후에도 출산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결국 경찰은 국과수에 한 차례 더 DNA 검사를 의뢰했지만 같은 결과를 받았다. 이후 법원의 의뢰로 진행한 대검찰청 DNA·화학분석과도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김씨와 비슷한 시기 출산을 했고, 김씨의 출산 당일 밤이나 다음 날 새벽 사이에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꿔치기했다고 판단했다. A양과 바꿔치기한 김씨 친자녀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지만 정황 증거로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검찰은 석씨에 대해 아이 바꿔치기에 대해선 미성년자약취, A양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 했던 부분에 대해선 사체은닉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석씨는 법정에서도 DNA 감정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 등 출산 사실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설령 출산했다고 하더라도 약취에 대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DNA를 통해 친모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고 간접증거를 통해 석씨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석씨가 임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 생리대 주문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 대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았던 점 등과 함께, 아이가 바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 전후로 병원에 기록된 아이의 체중이 급격하게 변한 점 등도 이유로 제시했다.
1·2심은 “친딸과 친딸의 친딸을 바꿔치기한 것도 모자라 외할머니 행세를 하는 전대미문의 비상식적 행각인 만큼, 준엄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바꿔치기한 아이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약취 전후 사정까지 가정적으로 범죄사실에 포함해 양형사유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양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김씨의 경우 1·2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은 후, 상고를 포기해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