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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약품은 2021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미프진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그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첫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식약처가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자료 보완을 요구했고,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판단해 2022년 12월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후 2023년 3월 두 번째로 신청했지만 역시 자료 문제로 절차가 잠정 중단됐고, 지난해 12월 세 번째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까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그동안 임신 몇 주까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규정하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품목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교착 상태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26일 법제처의 유권해석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수입 품목허가가 모자보건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지 방법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이는 그동안 식약처가 내세워온 ‘법 개정 선행론’과는 결이 다른 판단으로, 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관계부처 간 협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적인 문제 제기도 이번 논의를 촉발한 계기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도입 문제를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관계 부처에 해결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법 개정 전이라도 임신중지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4년 넘게 멈춰 있던 품목허가 심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뉴데일리 등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현대약품의 품목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관계부처 논의를 통해 임신중지의약품의 사용범위와 관리체계 등이 먼저 구체화돼야 하고 개별 품목의 허가 여부는 식약처의 안전성·유효성 및 품질 심사를 거쳐 별도로 결정된다고 짚었다.
대통령 발언 직후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발언 다음 날인 7월 15일 현대약품 주가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5.65% 오른 7020원에 거래됐고, 같은 시각 명문제약(8.77%)과 알리코제약(3.98%)도 동반 상승했다. 이후 식약처도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는데, 히트뉴스에 따르면 식약처는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관계부처와 미프진 허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프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고 관계부처 협의도 공식화된 만큼 기존과 다른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허가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실상 멈춰 있던 심사가 다시 움직일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 복용하는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으로,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고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용된 이후 현재 80~100여 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2005년 이를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미프진이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출처와 품질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품이 중국 등에서 밀수입돼 수십만원대에 암암리에 거래되거나 텔레그램 등을 통한 개인 간 불법 거래로 이어지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다만 실제 허가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프진이 전문의약품인 만큼 임신 주수 등 명확한 처방 기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 오남용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약품 측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품목 허가가 신청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계부처 논의 결과와 정부의 정책 방향이 이번 허가 심사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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