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Edaily 美 독점에 흔들린 日, 해법은 K-솔루션?…“기술보다 문화가 승부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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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리 기자I 2026.03.02 18:44:23

클라우드·SaaS·생성형 AI까지 “미국 표준”
판교 찾은 일본 시찰단 19명
정부24·광주 AI데이터센터 운영모델 ‘집중 점검’
올거나이즈 TSE 상장 준비
리디·크레이버·긴트도 ‘상장 생태계’ 진입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일본이 ‘디지털 절벽’ 해소를 내걸고 AX(인공지능 전환)·DX(디지털전환) 가속에 나섰지만, 시장의 핵심 인프라와 플랫폼은 여전히 미국 빅테크가 쥐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립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대안’ 찾기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일본 ICT 시장은 세계 3~4위권 규모로, 2024년 기준 약 450조~62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민간 IT 투자만 연간 150조원 안팎에 이른다. 정부는 2027년까지 1조엔 이상을 AI 분야에 투입하며 AX·DX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디자인=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클라우드·SaaS·생성형 AI…분야별 美 의존 구조

그러나 산업 구조는 미국 중심으로 굳어져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IaaS·PaaS) 분야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가 과반 이상을 점유하며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시스템이 이들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면서, 데이터와 운영 체계도 함께 종속되는 구조다.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시장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세일즈포스(CRM), 마이크로소프트 365, 슬랙(협업툴) 등 글로벌 제품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가 소프트웨어에 맞춰 재편되면서 교체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생성형 AI 영역 역시 오픈AI,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업무 자동화와 고객 응대, 문서 생성 등에 이들 모델을 적용하고 있지만, 사용료 부담과 데이터 주권 문제, 현지 업무 관행과의 미세한 차이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운영체제(OS)와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애플과 구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일본의 ‘디지털 적자’는 5조엔(약 5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일본 '선진정보화사회시찰단'이 2월 26일 NHN클라우드를 방문해 회사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NHN클라우드 제공)
판교 찾은 일본 IT 사절단…“한국에서 해법 찾자”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일본 기업인들이 한국을 직접 찾고 있다.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일본 메이지대 교수)가 이끄는 ‘선진정보화사회시찰단’은 2002년 시작돼 24년간 연인원 5000명 이상의 일본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한 프로젝트다.

이번에도 일본 기업인 19명이 지난달 26일 판교를 방문해 한국의 공공·금융 클라우드 전환 사례를 점검했다. 사절단에는 도쿄가스 그룹 IT·DX 자회사 ‘도쿄가스 아이넷’, 지자체 시스템 기업 ‘료비 시스템즈’, 도쿄도청 산하 공공 부문, 생성형 AI 전략·거버넌스 컨설팅 ‘신세시’, 중견 IT 기업 ‘유즈’, HR 컨설팅사 ‘린드버그’, 해외 IT 솔루션 기획·컨설팅 ‘이코퍼레이션 재팬’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회, 성동구청, 분당서울대병원 , 서울도시가스, 한국전자투표주식회사, 사이오닉AI 등을 방문했으며, 클라우드 기업으로는 NHN클라우드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정부24’ 등 공공 서비스 운영 사례와 광주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전력 체계, 가용성 확보 방식에 질문이 집중됐다.

한일 IT 산업에 가교 역할을 해 온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일본 메이지대 교수)가 26일 판교 NHN클라우드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HN클라우드 제공)
“기술보다 문화…일본 시장은 마음을 사야”

한일 IT 산업에 가교 역할을 해 온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대표(일본 메이지대 교수)는 일본 시장의 구조적 상황에 대해 “일본은 공공 및 민간 분야를 포함해 정보화가 늦어진 만큼 이를 따라잡기 위해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관이 모두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 중에는 핵심 클라우드 기술을 보유한 곳이 부족하고,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며 “가격도 상당히 고가이고, 현지 업무 관행과 완전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애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문화적 적합성을 강조했다. “문서 문화, 도장(인감) 문화 등 행정·기업 환경이 유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형 솔루션이 미국 기업보다 일본에 더 최적화될 수 있다”며 “일본의 AX·DX가 더딘 배경에는 거버넌스와 의사결정 구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는 디지털라이제이션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며 “한국의 공공 혁신 사례가 발상의 전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은 일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만, 결국 우리의 기술을 팔아야 하는 만큼 그들의 마음을 사야 한다”며 “기술력에 문화적 이해까지 갖춘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상장까지 겨냥하는 K-기업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본 시장에서 실적을 쌓은 뒤 현지 자본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는 일본 매출 비중이 높은 AI 기업으로,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일본 금융사와 제조사를 고객으로 확보하며 현지화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기업 ‘크레이버’, 스마트팜 솔루션 기업 ‘긴트’ 등은 일본거래소그룹이 운영하는 ‘TSE 아시아 스타트업 허브’ 지원 대상에 선정되며 일본 상장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 지란지교그룹 일본 자회사 ‘제이시큐리티’는 도쿄 프로 마켓에 상장하며 일본 증시에 입성했고, 카카오 자회사인 콘텐츠 서비스 기업 픽코마도 2025년 연간 영업이익 100억엔(약 945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서며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독점 구조가 굳어진 일본 시장에서, K-클라우드와 K-AI가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술 경쟁을 넘어 현지화와 신뢰 구축, 그리고 문화 이해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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