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끼고 거리 유지하면 카페보다 안전하지 않나요?”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꽃놀이 인증사진 게시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고 있다. 정부 지시와 별개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공무원들은 주말에도 나와 진땀을 빼는 상황이다.
◇“오늘이 벚꽃 볼 마지막 기회” “카페보다 안전해서”
시민들은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벚꽃을 못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집 밖을 나섰다고 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천 벚꽃길 인근에서 만난 정모(52)씨는 “오늘이 벚꽃을 볼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다”며 “다음주면 다 질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남편과 함께 산책을 왔다”고 말했다.
야외니까 안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김모(35)씨는 “마스크를 끼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 카페에서 마스크 벗고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며 끼고 있던 마스크를 벗기도 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안산 자락길 입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도하지만 마스크가 없다고 못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며 “산책 도중에 마스크를 벗는다 하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올해 벚꽃 구경은 잠시 멈춰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기준 서울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가 잇달아 울렸다. 은평구 1명. 덕양구 1명. 성북구 자매 2명 확진을 알리는 문자를 확인한 시민들은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 꽃구경에 매진했다.
|
시민들은 통제선을 넘어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양재천 전 구간을 전면통제했는데, 일부 젊은 커플들이 ‘접근 금지’라 써있는 선을 넘어가 사진을 찍어 구청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구청 관계자는 “다리가 폐쇄돼 지나갈 수 없자 왜 돌아가야 하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 명씩 편의를 봐주면 다른 사람들도 가게 해 달라고 하기에 원칙대로 돌아가달라고 안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벚꽃길 진입로에서 차량을 통제하자 불법으로 차를 대는 경우도 있었다. 서대문 안산 벚꽃길 앞에서 구청 직원들이 차량을 통제하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빌라 앞에 주차를 하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한 50대 남성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뒤 “(차 빼라고) 전화 오면 그때 빼면 된다”며 벚꽃길로 들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인증샷? 자랑이 아닙니다
이 와중에 꽃구경을 나선 뒤 SNS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인증샷을 올린 사람들도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출근은 하면서 놀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날이 너무 좋아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패’ 라는 설명과 함께 꽃구경을 갔다 온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이날 오후 기준 인스타그램에서는 ‘사회적거리두기실패’ 태그를 단 게시글이 700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이런 게시글을 자랑스레 올리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말도 없이 방역에 힘쓰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보다 적극적인 거리두기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이 봄을 맞아 나오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각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나간다면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구청 관계자 역시도 “지금이 꽃들이 가장 활짝 필 때라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서 조금만 참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벚꽃길 일부를) 통제하는 건 모두 시민들을 위한 일인 만큼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