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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앙숙' 샌더스·배넌, AI 앞에선 한목소리…"속도 늦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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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9.16 06: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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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같은 무대서 이례적 공감대…"AI 재앙적 위험"
배넌, 샌더스에 "위험 훌륭히 요약"…초당적 대응 촉구
샌더스는 의회 입법·배넌은 행정조치…해법엔 온도차
빅테크 권력집중에도 한목소리…트럼프는 규제 반대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 정치권의 대표적인 ‘앙숙’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우군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인공지능(AI) 문제에서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정치적으로 정반대 진영에 서 있는 두 사람은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개발 속도를 늦추고 강력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샌더스는 의회 입법을, 배넌은 대통령의 행정조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투표권 수호 집회 ‘워싱턴 행진 2026: 투표권을 지켜라(March on Washington 2026: Defend the Vot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지난 8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투표권 수호 집회 ‘워싱턴 행진 2026: 투표권을 지켜라(March on Washington 2026: Defend the Vote)’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과 배넌 전 전략가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AI 관련 행사에 잇따라 참석해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행사는 비영리단체 퓨처오브라이프인스티튜트(FLI)가 주최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은 극명하게 다르다. 무소속인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과 함께 활동하는 미국 진보진영의 대표 정치인이다. 반면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를 설계한 인물로 첫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냈다.

그러나 AI 앞에서는 공통분모가 더 컸다. 샌더스 의원은 “많은 과학자가 예상하는 것처럼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면 이 기술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잠재적으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가 수천만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일부 직업 자체를 사라지게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샌더스 의원에 이어 무대에 오른 배넌 전 전략가는 샌더스 의원이 AI 위험을 “훌륭하게 요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과 샌더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AI 문제에서는 “당파성을 뛰어넘어야 하며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배넌 전 전략가는 “왼쪽의 버니 샌더스와 오른쪽의 스티브 배넌보다 더 강한 당파 두 사람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절벽 향해 달리면 브레이크 밟아야”

두 사람이 특히 공감한 것은 AI 기업들이 기술을 지나치게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앤스로픽과 오픈AI 등이 첨단 AI 개발 속도를 늦추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 “시작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절벽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 때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조금 떼는 게 아니라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다음 주 이른바 ‘초지능 AI’ 개발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샌더스 의원실이 공개한 법안 구상에 따르면 인간의 지능을 넘어 인간의 통제를 위협할 수 있는 초지능 AI의 개발·배치를 금지하고, 새로운 연방 AI 규제기관이 안전규칙과 모델 심사체계를 구축할 때까지 첨단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다.

배넌 전 전략가도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그는 AI 기술이 복잡한 만큼 관련 법안을 만드는 데 의회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쓸 것이라며 “이는 행정조치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USA 2026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USA 2026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AI 결정, 소수 억만장자가 좌우”…빅테크도 함께 겨냥

샌더스 의원과 배넌 전 전략가의 또 다른 공통분모는 AI 기술을 둘러싼 권력이 소수의 실리콘밸리 기업과 억만장자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샌더스 의원은 “AI 개발과 관련한 사실상 모든 결정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 왔다”고 비판했다. AI처럼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미래를 소수 기업 경영진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배넌 전 전략가도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겨냥했다. 그는 이들이 AI 위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한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향후 구제금융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위험을 미국 국민에게 떠넘기면서 이익은 자신들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AI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가 최근 3800단어 분량의 글을 통해 첨단 AI 개발 속도를 늦추고 외부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도 AI 위험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적인 AI 규제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미국 경제와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AI의 실존적 위험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도 이날 AI 개발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에는 반대한다며 “AI 개발 경쟁에서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존슨 의장은 향후 일부 안전장치가 필요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AI 위험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기존의 좌우 정치 구도와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평소 정치적 적대 관계인 샌더스 의원과 배넌 전 전략가가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데 공감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규제에 반대하고 존슨 의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 중단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얼마나 빨리 개발할 것인가’뿐 아니라 ‘누가 이를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AI 이미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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