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비트코인 고래 움직이면, 개미 따라간다"…美연준 연구진이 확인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정훈 기자I 2026.09.12 14:17:09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연은 워킹페이퍼…2015~2025년 온체인 거래 전수 분석
고래 대규모 거래 알림 뜨자 15분만에 개미 참여율 18.6%→33.2%
매수 알림 후 추종매수 +14.8%P, 매도 알림 후 추종매도 +12.9%P
이더리움은 추종현상 없어…"합의 알고리즘 아닌 자산·네트워크 성격 차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수백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굴리는 이른바 ‘고래(whale)’ 투자자가 움직일 때마다 비트코인(BTC) 시장에서는 직전까지 거래를 쉬고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뛰어들어, 고래가 사고 파는데 따라 추종 매매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더리움(ETH)에서는 이런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같은 가상자산이라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따라 투자자 행태가 완전히 갈린다는 얘기다.

고래 알림 15~30분 후 거래규모별 비트코인 거래 참여율 변화 (자료= 필라델피아 연은)
고래 알림 15~30분 후 거래규모별 비트코인 거래 참여율 변화 (자료= 필라델피아 연은)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은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정교한 가상자산 거래는 디파이(DeFi)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제목의 워킹페이퍼(실무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키스 헤이즌과 줄라파 자그티아니 필라델피아 연은 이코노미스트, 그리고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연구진은 구글 빅쿼리를 통해 지난 2015년 이후 약 10년 간 비트코인·이더리움·랩트비트코인(WBTC)의 온체인 거래 전량을 수집한 뒤, 2017년 12월부터 2025년 말까지 텔레그램 채널 ‘웨일 얼럿(Whale Alert)’이 발송한 대형 거래 알림(BTC 2만848건, ETH 1만2104건)과 시각 단위로 매칭했다. 고래 지갑은 표본 기간 중 한 번이라도 5000만달러(원화 약 670억원)를 넘는 이체를 집행한 지갑으로 정의했고, 앞뒤 120분 안에 다른 고래 거래가 없는 ‘고립된’ 거래만 남겨 BTC 6645건, ETH 5075건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시장 참여자 구성에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래 알림 직전 15분과 직후 15분의 활동 지갑 비중을 비교해, 알림 이전 참여율이 이후를 얼마나 설명하는지(계수 β1)를 측정했다. 계수가 1이면 구성에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고래 매수 및 매도 알림 후 거래규모별 추종매매 참여 비율 (자료= 필라델피아 연은)
고래 매수 및 매도 알림 후 거래규모별 추종매매 참여 비율 (자료= 필라델피아 연은)
비트코인에서는 이 값이 소형·중형·대형 투자자 각각 0.06, 0.00, 0.00으로 사실상 0에 가까웠다. 알림 직전에 누가 거래하고 있었는지가 직후 거래자 구성을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대형 거래 알림이 나온 뒤로 그 직전에 거래하지 않던 투자자들이 새로 유입됐다는 신호다. 실제 원자료를 보면 알림 직후 15분 동안 소형 투자자의 활동 비중은 18.6%에서 33.2%로, 중형은 33.8%에서 57.9%로 뛰었다. 대형 비(非)고래 투자자도 4.7%에서 7.8%로 늘었다.

이더리움은 정반대였다. β1이 0.71, 0.69, 0.63으로 1에 가까워, 알림 전후 참여자 구성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원자료에서도 소형 58.0%, 중형 38.4%, 대형 3.6%로 알림 전후 수치가 사실상 동일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WBTC 역시 0.27~0.51로 비트코인보다는 이더리움 쪽에 가까운 패턴을 보였다.

고래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매매하는 ‘리더-팔로워’ 행태도 비트코인에서만 확연했다. 고래 매수 알림 이후 비(非)고래 투자자의 매수 참여율은 통제 기간 대비 소형 14.81%포인트, 중형 23.72%포인트, 대형 3.50%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고래 매도 알림 뒤 매도 참여율 역시 각각 12.95%포인트, 29.52%포인트, 2.95%포인트 상승했다.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다.

특히 이 반응은 대부분 알림 직후 15분에 집중됐고, 30분이 지나면서 빠르게 식어 60분 안에 평상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아울러 매도 알림의 경우 직전 1시간 수익률이 높을수록 추종 매도가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고래의 거래 신호와 단기 모멘텀을 함께 보고 움직인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에서는 이런 동조화가 거의 관측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의미 있는 반응은 고래 매도 알림 뒤 대형 비고래 투자자의 매도 증가(0.76%포인트)뿐이었다. 연구진은 이더리움 온체인 활동이 기관과 거래소, 스마트 컨트랙트 간 이체 위주로 이뤄지는 반면, 개인 거래는 거래소나 레이어2 같은 오프체인 영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도 두 네트워크는 갈렸다. 비트코인 실현변동성은 자체 고래 알림 이후 15분 구간에서 0.11 높아졌고, 6~9시간 구간에서 0.22까지 확대된 뒤 24시간 시점에는 -0.12로 되돌려졌다. 일시적으로 튀었다가 하루 안에 소멸하는 전형적인 ‘변동성 스파이크’다. 흥미로운 대목은 표본 수가 가장 적은 WBTC 알림이 비트코인 변동성에는 가장 큰 충격을 줬다는 점이다. 15분 구간 0.20, 6~9시간 구간 0.33으로 비트코인 자체 알림 효과의 약 두 배에 달했다.

반면 이더리움 변동성은 어떤 종류의 고래 알림에도 일관되게 낮아졌다. 15분 구간 -0.21~-0.23에서 24시간 구간 -0.61~-0.67까지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이 커졌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대규모 이더리움 네트워크 이체가 변동성을 유발한다기보다는, 변동성이 가라앉는 국면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지난 2022년 9월 이더리움의 ‘머지(Merge)’ 업그레이드를 기준으로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PoS) 기간을 나눠 같은 분석을 반복했지만, 두 네트워크의 대조적인 패턴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합의 알고리즘 같은 기술적 구조가 아니라 자산 자체의 성격과 네트워크별 투자자 구성, 이른바 ‘네트워크 문화’가 개인투자자 행태를 좌우한다는 결론이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가 대형 투자자와 소액 투자자 사이의 정보 및 구조적 비대칭이 10년이 지나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오히려 고래의 움직임을 실시간 매매 신호로 바꿔 놓으면서, 준비가 덜 된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추종 매매에 나서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것이다.

이에 정책적으로는 하나의 틀을 모든 가상자산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보다, 네트워크별 유동성과 투자자 구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규정한 ‘지니어스(GENIUS)법’을 통과시켰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정리하는 ‘클래리티(CLARITY)법’을 논의 중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