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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제2의 n번방 ‘엘’을 키운 건… 尹정부와 이준석, 사법부”

송혜수 기자I 2022.09.01 11:30:32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제2의 n번방’이라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최근 떠올라 경찰이 추적에 나선 가운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정부와 이준석 전 대표, 성범죄에 관대한 사법부가 자양분을 주고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대학생 추적단 ‘불꽃’ 출신인 박 전 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이 텔레그램에서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n번방과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n번방을 만든 문형욱과, 박사방을 만든 조주빈을 능가하는 성착취범이 또 등장한 것”이라며 “불행히도 이미 예고된 사건인지도 모른다. n번방이 알려진 이후로도 온라인에서는 성착취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다 성범죄에 맞서는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하고, n번방 방지법이 통신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할 때, 가해자들은 더 신이 났을 것”이라며 “유사 이래 최초로 혐오와 차별을 유일한 정치 수단으로 내세운 이준석이 대표로 있는 국민의힘이 집권할 때, 성범죄자들이 더 활개칠 것은 자명했다”라고 주장했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한 손정우에게 법원이 징역 2년·벌금 500만원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할 때, 범죄자들이 무섭다고 눈이나 깜빡했겠느냐”라며 “이른바 ‘엘’은 현 정부와 이준석 전 대표, 성범죄에 관대한 사법부가 자양분을 주고 키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모습에 좌절과 환멸을 느끼며 정치로 풀어보려고 정치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제 임기는 끝나버렸다. 그래도 지금 제 자리에서 낼 수 있는 소리를 목청껏 내려 한다”라며 윤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자신의 요구사항을 전했다.

먼저 윤 대통령에게는 “n번방 방지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철회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기하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행복한 삶과 존엄한 인권을 짓밟는 디지털 성범죄는 ‘재난’”이라며 “이 재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 부처에 포괄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달라”고 했다.

이어 한 장관을 향해선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를 다시 가동해 주시라”라며 “검찰청에도 범죄를 뿌리 뽑을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서는 “디지털 성범죄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민생 현안”이라며 “가해자들은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이를 규제할 입법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나서서 성범죄 근절을 위한 강력한 입법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지원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다시 n번방 때처럼 잠깐 반짝하고 끝나선 안 된다. 이번에는 끝까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 주시라”며 “당대표 당선 이후 민주당이 발표한 22개 입법과제에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은 빠져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도 도와달라. 디지털 성착취 사건은 사회부에서 다룰 일이 아니다. 모든 정치인들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유포를 강력히 막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해결되는 정치적 이슈”라며 “정치부 기자님들께 부탁드린다. 왜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고 해결하지 않느냐고 지나가는 모든 정치인에게 마이크를 들이대 달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들께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라며 “국민의 관심이 식지 않아야, 국회와 법원, 정부도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2년여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운영진이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n번방 운영자 문형욱은 징역 34년이.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은 징역 42년이 각각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번에 불거진 ‘제2의 n번방’ 사건은 ‘엘’이라고 불리는 이가 미성년자들을 협박하고 성착취 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만든 뒤 이를 받아내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사건이다. 특히 피해자의 몸에 ‘주인님’이라는 문구를 새기도록 강요하고 수십개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활동하는 등 n번방과 범행 수법이 유사하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엘을 아동 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추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6명이며 모두 미성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된 피해 사진과 영상은 35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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