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치스러운가요? 그게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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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25.09.03 07:10:00

수치심 잃은 사회
이철우|266쪽|시크릿하우스
"수치심은 인간다움의 기준"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그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양심’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올초 탄핵 정국에 꺼내 든 화두였다. 당시 그는 “개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탱하는 마지막 내면의 부르짖음이 양심”이라며 잊혀가던 양심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했다.

책 ‘수치심 잃은 사회’는 더 나아가 부끄러움을 상실한 한국 사회를 다각적으로 진단한다.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수치심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지키는 감정이자, 관계의 공감이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작동시키는 윤리적 신호라고 말한다. 수치심이 사라질 때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파괴되어 가는지 날카롭게 짚어낸다. 수치심 없는 사회는 책임 없는 사회다. 이 감정의 부재는 사회적 감시, 통제,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의 기능 상실에 이어 공동체 윤리의 실종으로 이어진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책은 우리 사회가 수치심을 잃게 된 과정을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돌아본다. MB정부에선 ‘먹고사는 문제’가 도덕의 자리를 밀어냈다면, 문재인정부에선 공정이 오직 타인을 겨누는 무기로 전락했다. 윤석열정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수치심이 완전히 해체된 사례라고 썼다.

저자는 묻는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책은 그저 스스로 얼굴 붉어지는 감각을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적어도 괴물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 수치심은 회피해야 할 열등의 감정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인간다움의 출발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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