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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역사의 유물로 사라졌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다시 활개를 치며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전날) 압수수색은 대통령 사주를 받아 국가정보원이 메가폰을 잡은 한 편의 쇼”라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명의 사무공간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1000여 명의 경찰과 사다리차에 이은 에어 메트를 동원하면서 동네방네 민주노총이 국보법을 위반한 것처럼 광고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벌어진) 외교 참사를 덮고 내년이면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되는 대공수사권을 지키기 위한 발악으로, 정권을 향한 쓴 소리를 막기 위한 ‘색깔론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이날 오전 경찰이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실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한 행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또다시 건설노조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며 “불법 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온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토건 자본 세력을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오는 5월 1일 ‘노동절 총궐기’와 오는 7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며 “물가와 금리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정기호 변호사는 이번 압수수색이 헌법상 비례원칙(과잉금지의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영장에 의하더라도 혐의 대상자는 개인이 활동을 한 것이고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정이나 의사에 따라 한 것이 없다”며 “그런데 마치 민주노총 (전체가) 압수수색 대상인 것처럼 경찰 수백 명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혐의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해 이렇게 많은 경찰을 동원할 필요가 없었고 사다리차와 에어 매트도 전혀 필요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기밀하고 은밀하게 수사해야 하는 곳인데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수십, 수백 명이 온 압수수색 방식은 수사의 기본도 안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국정원과 경찰청은 전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를 비롯해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과 광주 기아자동차 노조원의 자택 등 전국 10곳 안팎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서는 국정원과 경찰이 진입 시도 11시간 만에 압수품을 들고 나섰다. 수사 대상은 민주노총 핵심간부 등 4명으로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에도 노동조합의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를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지부 사무실 등 총 8곳에 이어 6개소를 추가해 총 14곳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