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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을 일군 이들의 지혜가 담긴 곳, 다무락 마을

조선일보 기자I 2008.02.26 15:52:02

추천! 2월의 가볼만한 곳
전남 구례군

▲ 사성암에서 바라본 모습<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조선일보 제공] - 위 치 :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

다무락 마을을 대표하는 겨울철 체험행사로는 죽향 가득한 ‘대통밥 짓기’와 유곡나루 변에서 진행되는 ‘섬진강 강태공 체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통밥 짓기는 사전에 예약만 하면 언제든지 체험이 가능하지만 섬진강 강태공 체험의 경우 마을 앞 유곡나루의 물이 얼면 사실상 체험이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체험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다무락 마을 대통밥 짓기 체험은 깨끗이 씻어낸 쌀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낸 대나무에 정성스레 담고 그 위에 한지를 덮은 뒤 가마솥에 넣고 한 시간 정도 푹 쪄내야 비로소 그 맛을 볼 수 있다. 별스럽지 않아 보이지만 압력솥이나 전기밥통에서 뚝딱 해내는 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의 양이나 불의 세기가 조금만 틀려도 제대로 된 밥맛을 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지만 대통밥이 다 될 때까지 솥뚜껑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밥이 익어가는 동안 잠시 짬을 내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해 보는 것도 괜찮다. 사실 다무락 마을의 진정한 멋은 그 어떤 인위적인 체험보다도 마을 그 자체의 순박한 모습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 땅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다랑이논<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다무락은 ‘담’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그래서 다무락 마을에선 참 많은 담을 만날 수 있다. 담이라고 하면 으레 집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이곳 마을에선 집뿐 아니라 논과 밭도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실 경사진 산비탈에 논과 밭을 만들다 보니 계단식으로 돌을 쌓아 농경지를 조성한 것이지만 얼핏 보아선 영락없이 논과 밭을 돌담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랑이논과 다랑이밭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탈진 경사면에 집을 앉히다 보니 돌담으로 기초를 다진 독특한 모습의 집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물론 집 주위로 둘러놓은 담 역시 큼직한 돌을 쌓아 올린 돌담이다.

다무락 마을은 참 다양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는 하나의 마을을 머리, 몸통, 다리 나누듯이 상유, 중유, 하유로 구분해 놓은 것에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굳이 왜 그렇게 구분해 놓았을까. 물론 다 이유가 있다. 우선 눈으로 보이는 풍광부터가 판이한데, 상유, 중유, 하유는 하나의 같은 마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 다무락마을 명상산책로<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우선 마을 초입의 하유마을.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섬진강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은 흔히 볼 수 있는 시골의 작은 마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1km 정도를 걸어 중유마을로 들어서면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과수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매실나무 등이 빼곡히 심어진 다무락 마을의 중유마을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과수 재배 면적이 가장 높은 곳으로 말 그대로 과일천국이다. 그래서 가을이면 이곳 중유마을을 중심으로 감 따기 등의 농촌체험이 진행된다.

중유마을 마을회관 앞으로는 산 능선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도보 명상로’가 조성돼 있다. 다랑이 논을 따라 이어진 명상로는 1km 정도. 마을 외곽으로 이어진 길이고 보니 혼자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그만이다. 명상로를 따라 산책하는 동안 시야에 들어오는 다랑이논과 밭은 참 인상적이다. 네모반듯한 논밭에만 익숙한 도시인들에겐 분명 낯선 풍경이다. 제법 큼직한 돌들을 어떻게 저리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논밭을 만들 수 있었는지 존경스러울 정도. 좁은 땅 한 뼘이라도 더 늘리려는 이곳 주민들의 땅에 대한 집념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산책로 옆 수정가(樹精家)라 이름 붙여진 전통가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이다.

▲ 다무락마을 상유마을 대숲<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과실수가 가득한 중유마을을 거쳐 상유마을에 이르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풍광이 펼쳐진다. 우선 중유마을과 상유마을을 가르는 대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서슬 퍼런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대나무의 잎과 대는 여전히 푸르다. 사군자로서의 당당한 풍모가 그대로 묻어난다. 미끈미끈 시원스레 뻗어 올라간 모습도 무척이나 멋스럽다. 이 대나무들이 바로 다무락 마을의 대통밥 체험에 사용되는 대나무들이다. 마을에서는 이곳 대숲의 대나무를 미리 베어 대통밥 체험에 사용한다. 원한다면 자신이 먹을 대통밥에 사용할 대나무를 직접 베어 볼 수도 있지만 대나무 베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마을주민들이 미리 베어놓은 대나무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숲을 지나면서부터는 인가도 뜸해지고 마치 강원도 산간오지에 와있는 듯 산세도 제법 험해진다. 다무락 마을 마실은 이즈음에서 마무리 된다. 다무락 마을의 들머리인 하유마을에서 상유마을까지는 대략 2.3km로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마을구경을 하다보면 어느새 상유마을 끝자락에 와 닿는다. 다리도 뻐근하고 땀도 제법 배어날 정도로 힘겹지만 그래도 나지막한 산 정상에 오른 것 같은 성취감이 있어 좋다.

▲ 황기모아 전경<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죽향 가득 배인 대통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으면 이제는 황토체험에 나설 차례이다. 다무락 마을에서 대통밥 짓기 체험이나 섬진강 강태공 체험 못지않게 인기를 끄는 체험이 바로 황기모아에서 진행되는 황토염색체험이다.

하유마을에서 가장 넓은 마당을 가진 황기모아는 폐교된 계산분교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입구로 들어서면 운동장 가운데 철로가 놓여 있고 그 옆으로 황토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요즘 같은 동절기에 황토염색체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비만 오지 않으면 황토체험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동절기에는 황토염색체험 신청자가 많지 않아 반드시 일주일 전에 사전 예약을 하고 찾는 게 좋다.

구례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야생화 압화 전시관도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압화(押花·Press flower)란 학창시절 책 사이에 꽂아 두고 곱게 말렸던 낙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하지만 야생화 압화 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압화 작품들은 단순히 꽃잎과 줄기를 말려서 보관하는 수준을 뛰어 넘는다.

▲ 야생화 압화전시관 내부<사진제공:여행작가 정철훈>
1·2층으로 구성된 야생화 압화 전시관에는 모두 1,500여 점의 압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의 여린 줄기는 산양의 뿔도 되고 두루미의 날개도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들 작품이 압화로 만들어 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야생화 압화 전시관 옆에 위치한 잠자리 생태관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유익한 공간이다.

먼 길 마다않고 찾은 구례여행에서 화엄사, 천은사, 사성암 등 유명사찰도 놓치지 말고 들러봐야 할 곳들이다. 이들 사찰은 다무락 마을이나 야생화 압화 전시관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각각의 거리가 비슷해 하루 일정으로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 사성암은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사성암 매표소에서 사성암에 이르는 10리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일반 승용차를 이용해 오를 수도 있고, 사성암 매표소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어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단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4인 이상은 되어야 한다.

:::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구례군청 : www.gurye.go.kr
- 다무락 마을 : damurak.go2vil.org
- 황기모아 : www.hwanggi.com
- 구례군농업기술센터 : www.gurye.go.kr/farm/index.html
- 지리산야생화사이버생태산업관 : www.wf.or.kr
- 화엄사 : www.hwaeomsa.org
- 천은사 : www.choneunsa.org

○ 문의전화
-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 061)780-2390
- 다무락마을 : 010-6633-8723
- 황기모아 : 061)783-5515
- 구례군농업기술센터 : 061)780-2551
- 야생화압화전시관 : 061)780-2497
- 잠자리생태관 : 061)780-2751, 2895
- 화엄사 : 061)782-7600
- 천은사 : 061)781-4800
- 사성암 : 061)781-5463

○ 대중교통
[기차]
새마을 : 서울역↔구례구역 1일 2회 운행 4시간 30분 소요, 무궁화 : 서울역↔구례구역 1일 12회 운행 5시간 10분 소요
[고속버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 이용, 1일 7회 운행 4시간 소요.

○ 자가운전 정보
[서울방면]
경부고속도로 → 천안분기점 →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 장성분기점 → 장성·담양간 고속도로 → 석곡IC → 구례방면 좌회전 → 능파사거리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구례방면 우회전 → 압록사거리에서 예성교 방면 직진 → 예성교 지나 우회전 → 구례 다무락마을
[인천방면]
서해안고속도로 → 고창분기점 → 고창·담양간 고속도로 → 석곡IC → 구례방면 좌회전 → 능파사거리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구례방면 우회전 → 압록사거리에서 예성교 방면 직진 → 예성교 지나 우회전 → 구례 다무락마을
[부산방면]
남해고속도로 → 석곡IC → 구례방면 좌회전 → 능파사거리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구례방면 우회전 → 압록사거리에서 예성교 방면 직진 → 예성교 지나 우회전 → 구례 다무락마을

○ 숙박정보
- 상아파크호텔 :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www.jirisanhotel.co.kr, 061)783-7770
- 지리산온천호텔 :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www.spaland.co.kr, 061)783-2900
- 월등파크호텔 :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www.wdpark.net, 061)782-0082
- 그리스텔 :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061)782-8700
- 그랜드호텔 :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061)783-1011
- 섬진강변한옥민박 :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 061)782-6761

○ 식당정보
- 초가원식당 :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사찰음식, 061)781-2222
- 다슬기식당전문점 : 전남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 다슬기수제비, 061)781-6756
- 우종회관 : 전남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 산닭구이, 061)782-5321
- 할매된장국집 : 전남 구례군 산동면 탑정리, 버섯비빕밥, 061)783-6931
- 백화회관 :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산채정식, 061)782-4033

○ 축제 및 행사정보
- 산수유축제 : 매년 3월 중순,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 섬진강변 꽃축제 : 매년 3월 말, 구례군 문척면 섬진강 일원
- 지리산남악제 : 매년 4월 초, 구례 실내체육관
- 피아골단풍축제 : 매년 10월경, 토지면 연곡사 주차장 일원

○ 주변 볼거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노고단, 사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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