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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에 엔화 반등했지만…엔저도 AI가 부추기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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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25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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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I 거품 우려에 엔화 156엔대로
상반기 수입 66조엔 '사상 최대'
"내년에도 7조~12조엔 무역적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로 엔화가 모처럼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래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유에 더해 AI 반도체 수입까지 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실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AI 붐이 수출만 늘리는 게 아니라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AFP)
(사진=AFP)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5일 “엔저를 떠받치는 수급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며 “시장 심리가 안정되면 다시 엔저 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헤지펀드 등이 대규모 달러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엔화를 되사들였다. 미국 기술주가 흔들리면 달러 신뢰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9월 하순부터 한 달 가까이 달러당 158엔 안팎에 머물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56엔대 초반까지 내려갔다(엔화 가치 상승).

하지만 엔화 매수세는 그리 강하지 않다. 지난 7월 말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이나 9월 초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 때처럼 엔화가 한꺼번에 5엔 넘게 급등하지는 않았다. 수입 대금 결제 등을 위한 실수요 엔화 매도가 투자 자금의 적극적인 엔화 매수를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도 지난 1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얼마 전부터 엔저에 더해 중동 정세와 AI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요인은 물가뿐 아니라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은 수입을 늘려 엔화 매도를 부른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무역적자 흐름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목할 부분은 AI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21일 발표한 올해 회계연도 상반기(4~9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입액은 66조2754억엔(약 560조62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원유뿐 아니라 AI 특수와 관련된 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도 급증했다. 상반기 무역적자는 2조8184억엔(약 23조84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마켓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7조~12조엔(약 59조2100억~101조51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내내 각종 개입으로 엔저를 막는 데 안간힘을 써왔지만, 실수요 엔화 매도 압력이 계속되는 한 엔화가 본격적인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환율을 결정하는 두 축은 수급과 금리차다. 실수요 엔화 매도가 그대로라면 BOJ가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이달 말엔 미국·일본·유럽의 통화정책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BOJ는 올해 6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를 올려 인상 간격을 좁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9월 금리를 올리면서 엔저 억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시장에선 미국과 일본 모두 10월엔 동결하고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닛케이는 “미·일이 나란히 금리를 올려서는 엔저 억제 효과도 미미하다”며 “물가 상승 위험을 부르는 엔저 시대에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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