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방향 결정 프로그램 찾아···암 전이 '세포 이동의 비밀' 풀었다

강민구 기자I 2025.11.10 09:01:11

KAIST·존스홉킨스대, 이동 방향 결정 세포 원리 규명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세포가 스스로 방향을 정해 움직이는 원리를 알아내고, 향후 암 전이와 면역 질환의 원인을 밝혀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울 가능성을 제시했다.

KAIST는 허원도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조광현 바이오뇌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 이갑상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연구팀과 세포가 외부 신호 없이도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자율주행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허원도 교수(가운데)를 비롯한 주요 연구진.(사진=KAIST)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 ‘INSPECT’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세포가 스스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정하는 내부 프로그램의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우선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Rho 계열 단백질의 작동 방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들이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세포가 직진할지, 방향을 바꿀지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INSPECT 기술은 단백질이 서로 붙을 때 서로 잘 섞이지 않고 구분된 영역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분리’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세포 속에서 단백질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형광 신호로 직접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페리틴과 형광단백질(DsRed)로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할 때 작은 방울처럼 뭉친 덩어리인 ‘응집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15종의 Rho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세포의 방향 조절에 중요한 단백질 Rac1의 일부(37번째 아미노산)를 살짝 바꿔 그 단백질이 ‘핸들 역할’을 하는 ROCK 단백질과 잘 붙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세포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직선으로만 이동했다.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Rac1과 ROCK이 잘 결합해서 세포 앞부분에 ‘아크 스트레스 섬유’라는 구조가 생기고, 이 섬유는 세포가 방향을 바꿀 때 직각에 가까운 방향 전환이 되도록 했다.

또한, 실험에서 정상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졌지만, 핸들이 고장난 세포는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항상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원도 교수는 “세포 이동이 무작위적인 운동이 아니라, Rho 신호전달 단백질과 세포 이동 관련 단백질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내재 프로그램에 의해 제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INSPECT 기술은 세포 내 단백질 상호작용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암 전이와 신경세포 이동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질병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달 31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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