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최근 몇 년 새 치안이 극도로 나빠진 에콰도르에서 각종 범죄가 창궐하고 있다.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하루 만에 무장괴한이 총기를 갖고 방송국을 탈취하고 이 모습이 TV생방송으로 고스란히 노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 TC 텔레비전을 습격한 무장괴한들. (사진=로이터/Reuters Tv/via REUTERS ECUADOR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ECUADOR. NO RESALES. NO ARCHIV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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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에콰도르 방송사 텔레아마조나스(Teleamazonas)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국영방송인 TC텔레비전을 습격한 무장괴한 16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의 습격으로 TC텔레비전 소속 카메라맨 두 명은 각 어깨와 팔에 총을 맞는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2시 10분경 TC텔레비전의 생방송 스튜디오에는 무장 괴한이 들이닥쳐 점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을 든 괴한들은 스튜디오 내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며 고함을 쳤고, 다이나마이트로 보이는 막대 모양의 폭약까지 들고 있었다. 당시 TC텔레비전은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탓에 피해자들이 “쏘지 말라”고 소리치며 바닥에 눕는 모습이 그대로 생방송됐다.
| TC텔레비전에서 생방송된 무장 괴한 습격 장면. (사진=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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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에콰도르에서는 ‘로스 초네로스’ 갱단의 수괴인 아돌포 마시아스가 탈옥하고 교도관을 인질로 삼는 등 극심한 치안 불안이 발생했다. 이에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 8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일간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했지만, 갱단은 이런 조치에 아랑곳하지 않고 범죄를 저질렀다.
방송국 탈취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8일에도 경찰관 4명이 무장 단체에 납치됐으며, 에콰도르 대법원장 저택 부근에서도 폭탄이 폭발하는 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노보아 대통령은 방송국 습격 직후 ‘내전’을 선포하고 무장단체의 ‘무력화’를 군에 지시했다. 사실상 소탕전에 들어선 것이다.
한편, 탈옥한 아돌포 마시아스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에콰도르 정부는 3000명 이상의 경찰과 군 병력을 배치하고 마시아스의 행방을 쫒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