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변호사가 검사 평가해 등급 매긴다

전재욱 기자I 2015.10.21 12:56:44

내년 1월 우수·하위 검사 추려서 일반에 공개
하창우 "검사의 인권침해 견제할 사람은 변호사"
객관성 의문이고 수사 지장 초래 우려 목소리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앞으로 변호사들이 검사의 직무를 점수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평가 결과가 검사 인사평정에 반영되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검찰은 재판 이해관계자인 변호사가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21일 이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사평가제도를 올해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평가 대상은 올 1월부터 12월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에 관여한 검사다. 평가에 참여한 변호사는 A(매우 좋다), B(좋다), C(보통이다), D(나쁘다), E(매우 나쁘다) 순으로 검사의 등급을 매긴다. 2명 이상을 복수 평가해도 된다.

평가는 수사와 공판 두 갈래로 이뤄진다. 평가항목은 △윤리성 및 청렴성(15점) △인권의식 및 적법절차의 준수(25점)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15점) △직무성실 및 신속성(15점) △직무능력성 및 검찰권행사의 설득력(15점) △친절성 및 절차진행의 융통성(15점) 등 여섯 가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사검사 평가항목으로 △부당한 이익을 목적으로 직무·직위를 이용했는지 △강압 수사를 했는지 △참고인을 피의자 방식으로 조사했는지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참여권을 제한했는지 △피의사실이나 수사결과를 외부에 공개했는지 등이 마련됐다.

공판검사는 △위법 증거를 확인하고 바로잡았는지 △부당한 증거를 신청하거나 재판을 지연하려 했는지 △재정신청 사건에 무죄를 구형했는지 등을 보기로 했다.

대한변협은 내년 1월 각 지방변호사회의 평가 자료를 취합해 우수·하위 검사 명단을 추려낼 방침이다. 명단은 법무부와 각 지방검찰청, 대검찰청, 검사평가위원회에 보낸다. 우수검사는 일반에 실명을 공개하고, 하위검사는 익명으로 사례를 공개하되 당사자에게 통보할 계획이다.

하창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과정은 폐쇄적이라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고 통제할 방법이 없다”며 “직접 사건을 맡아 수행한 변호사가 검찰권 행사를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소 후에 무죄가 난 사건을 맡은 검사는 상당히 나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검사평가 결과를 검찰 인사에 반영하도록 법률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사와 이해를 달리하는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것이 미덥지 못하고,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앞서 도입한 법관평가제도 마찬가지의 지적을 받았다. 또 법관평가제와 달리 검사평가제는 형사사건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참여 변호사가 적어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의 부장검사는 “수사와 재판의 한쪽 당사자인 변호사가 검사를 평가하는 것이 객관적일지 의문이다. 공정한 수사와 부패 척결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이러한 측면 때문에 여러 외국에도 검사평가제도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1일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검사평가제 도입 배경과 시행 방안을 밝히고 있다.(사진=대한변협)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