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 신임 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보조금 축소, 고관세 부과 등 불확실성에 대해 유연한 대응과 미국 투자 확대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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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대응 적임자…호세 무뇨스 “위기이자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지속해서 공언해 왔다. 이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대당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대미(對美) 흑자 규모가 큰 자동차가 고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인사를 통해 무뇨스 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무뇨스 사장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글로벌 대응 전략을 주도할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65년생인 무뇨스 사장은 1989년 푸조·시트로엥 스페인 딜러로 자동차 판매 부문에서 일을 시작한 후 1999년 토요타 유럽법인 판매, 마케팅 담당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는 닛산에 몸을 담아 유럽법인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멕시코 법인장, 북미 법인장 등 요직을 거쳤다. 현대차에는 2019년 COO 및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과 북미권역본부장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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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규제가 바뀌면 당연히 대응해야 하고,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한다”며 “전기차 생산도 계속하고 있지만, (인센티브 폐지에 따라) 수요가 낮아진다면 하이브리드차(HEV) 생산을 늘리고 내연기관차(ICE) 생산을 조정하는 등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투자 늘리고 전기차 경쟁력 강화 ‘정공법’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는 미국 내 투자와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정공법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무뇨스 사장은 “어떤 시나리오에든 유연하게 대응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오히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현대차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대응 방안은 아주 간단하다.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생산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현지화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신공장을 짓고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관세 충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무뇨스 사장은 “HMGMA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이오닉 9은 내년 1분기 생산을 시작해 2분기 초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후 1년 정도 뒤에 하이브리드 모델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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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와 웨이모 등 기업들과의 협업 역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무뇨스 사장은 “웨이모와의 협업으로 조만간 차세대 로보택시 차량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협력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GM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전동화 차량 관련 기술을 공유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조만간 추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CEO 선임 이후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정의선 회장이 구체적으로 얘기한 것이 ‘한국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회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국에서 70% 이상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또 “신임 CEO로서 현대차의 기존 전략 방향성을 유지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