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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정전체제 평화체제로…‘아주 오래된 전쟁’ 끝낼 논의 시작하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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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8.15 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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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능력 고도화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단계적 북핵 해법 시사
9·19 군사합의 복원 등 구체적 합의 언급은 빠져…평화공존 3대 청사진
日엔 “가깝고도 먼 이웃 아닌 가까운 이웃”…국내선 ‘새로운 광복’ 제시

[이데일리 김상윤, 김인경,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북한을 향해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북핵 문제에서도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9·19 군사합의 복원 등 특정 합의나 사업은 이번 경축사에서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개별 합의 복원보다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이라는 보다 큰 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향해서는 과거사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토대로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가깝고도 또 가까운 이웃”으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함께 열자고 제안했다. 국내적으로는 국가의 자원과 역량을 재배치하고 성장 거점을 전국으로 확대해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전체제 평화체제로”…北에 종전 논의 제안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지난해 저는 이 자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1년이 지난 오늘,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청사진은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 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 등 세 축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추어야 한다”며 “서로가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하나씩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함께 마주앉기를 바란다”며 “이는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사적 긴장과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우리의 한 걸음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신뢰 구축의 마중물이자 안정적 한반도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제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던 9·19 군사합의 등 특정 남북 합의나 사업에 대한 언급은 이번에는 빠졌다. 구체적인 합의 복원보다는 긴장 완화와 제도적 안전장치 구축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종전과 평화체제 전환을 직접 제안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아주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며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제시해온 북핵 문제의 ‘중단-축소-폐기’라는 단계적 접근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하기보다 우선 핵 능력의 추가 고도화를 멈춘 뒤 축소와 폐기로 이어가는 현실적인 접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은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3·1절 기념사와 6월 유럽 순방 과정에서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종전과 평화체제 논의를 현실화하려면 북한뿐 아니라 미국 등 관련 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제안하고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日엔 “가깝고도 먼 이웃 아닌, 가깝고도 또 가까운 이웃”

일본을 향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실용적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한일 양국이 활발한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신뢰의 기반을 다졌고, 공급망과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협력을 넓혀왔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실용적 국익 외교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를 모아 우리 공동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까지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계신다”며 과거사 문제 역시 분명하게 짚었다. 특히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거론하며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토대로 미래를 함께 열고자 했던 노력들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한일관계의 빛은 역사의 그늘 속에서 여전히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께 따뜻한 온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한층 두터운 신뢰 위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이 아니라 가깝고도 또 가까운 이웃’으로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사를 직시하고 피해자의 아픔을 보듬는 것을 한일 간 신뢰의 토대로 삼되 공급망·에너지·첨단산업 등 실질적 국익이 걸린 분야에서는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과거 직시와 미래 협력’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성장지도 다시 그린다”…‘대체 불가 대한민국’ 제시

국내적으로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새로운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의 빛, 산업화의 빛, 민주화의 빛을 밝혀 온 우리에게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새로운 광복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꼭 필요로 하는 나라, 모든 나라가 협력하고 싶은 나라,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향해 우리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하고,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 우리의 마음속 희미해졌던 꿈과 희망을 반드시 되살려내겠다”며 “대한민국의 성장 거점을 전 국토로 확장해 나가며 누구든 어디서나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희망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그 성과의 고른 배분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그 결실을 전국의 모든 국민들께 고루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문제 역시 국가비전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두터운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내겠다”며 “오늘의 청년들이 내일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사회통합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차이가 적대가 되어선 안 되고, 증오와 배척, 갈등이 국가의 전진을 가로막게 해서도 안 된다”며 “세계 경제의 지형이 뒤바뀌는 국가대항전 앞에서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원팀”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부터 타협과 공존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새로운 광복’을 성장의 좌절과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희망의 광복’, 불균형과 불평등의 격차를 넘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광복’, 온 국토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나는 ‘균형의 광복’, 전쟁과 대결의 위협을 완전히 걷어내는 ‘평화의 광복’으로 압축했다.

독립유공자 예우와 친일재산 환수 의지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일 공포된 ‘친일재산귀속법’을 거론하며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부당 축적했던 재산을 조사·환수하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 귀속된 친일 재산이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예우·지원에 온전히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명예와 삶을 지켜내는 일에 국가가 가진 온 역량을 투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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