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지만 청년 구직자들이 마주하는 일자리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AI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며 기업들은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신규 고용을 꺼리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 되고 있다. 특히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AI 시대의 ‘고용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와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가 지난 6월 23~26일 기업 206개사를 대상으로 공동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 중 31.6%가 향후 채용 규모를 일부 또는 대폭 축소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AI 도입을 계기로 채용을 오히려 확대하겠다고 답한 기업은 3.1%에 그쳤다.
채용을 축소한 이유로는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해 필요 인력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70%로 가장 많았다. 경기 불확실성 등 경영환경 변화(3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해 필요 인력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기업 규모가 작아질수록 더 높아졌다. 대기업은 50%였지만 중견기업은 66.7%, 중소기업은 73.1%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고용 축소의 칼바람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 축소를 했다고 답한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줄어든 직급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0%가 ‘인턴 및 신입사원’을 꼽았다. 중견기업들은 무려 75%가 인턴 및 신입사원을 줄였다고 답했다. 경력직에 비해 업무 숙련도가 낮고 AI로 대체하기 쉬운 하위 직급부터 구조조정 및 채용 중단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직무별 양극화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데일리와 인크루트의 공동 조사에서 향후 채용 시장에서 AI 개발 및 운영 직무는 40.3%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은 고객상담(CS) 직무는 34.5%가 축소될 것으로 답했다. 직무 전환과 재교육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기술의 고도화는 일자리의 수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마저 훼손하고 있다. 취업포털 웍스피어(구 잡코리아)의 채용공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정규직 채용 시장이 비정규직 채용 대비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17만 340건에 달했던 중견기업 정규직 채용공고는 해마다 감소해 2025년에는 9만 2525건으로 45.7%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 채용공고는 16만 1951건에서 9만 8972건으로 38.9% 감소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일자리가 줄어들었지만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의 감소 폭이 비정규직을 웃돌았다. 이로 인해 전체 신규 채용 공고 내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8.5%에서 2025년 51.7%로 상승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상시적이고 고정적인 인력 채용은 피하고 필요할 때만 단기적으로 운용하는 인력 위주로 채용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들어 채용이 늘어나는 데도 이 같은 현상은 유지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채용공고를 전년 동기와 비교해 보면 정규직 채용공고는 4만 5847건에서 4만 9307건으로 7.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비정규직 채용공고는 4만 7285건에서 5만 4454건으로 15.2% 증가해 정규직보다 두 배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용 시장이 회복 흐름을 보일 때도 기업들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AI발 채용 감소를 나타내는 데이터는 각종 통계에서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임금근로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신규채용 일자리는 76만6000개로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산업 일자리가 3.1% 가량 줄어든 사이 제조업은 9.3% 급감했다.
김덕호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AI가 해고를 유발하지만 한국은 해고를 하지 않고 채용을 막는다”라며 “이것은 조용하지만 잔인한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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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050060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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