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잘못 아니란 말 듣고 싶어”…사이버폭력 피해 학생의 절규

김형환 기자I 2024.11.07 08:30:00

‘사이버폭력 막자’…푸른코끼리 포럼 열려
“기술 발전과 함께 사이버폭력 커지고 있어”
“‘별거 아냐’ 부모 인식이 사폭 범죄 키워”
“사이버 공간 차단 등 입법적 보완 따라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중학교 3년 내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몇몇 어른들은 ‘적당히 해라’고 했습니다.”

학교 폭력과 사이버 폭력 피해자인 수원고 2학년 홍우진군은 ‘푸른코끼리포럼’에서 자신의 사이버 폭력 피해 사례를 증언했다. 카카오톡과 디스코드 등으로 ‘왜 저렇게 생겼냐’는 외모 비난부터 친동생과 성관계했다는 거짓 소문이 퍼졌지만 몇몇 어른들은 ‘유난을 떨지 마라’는 답을 했다는 게 홍군의 설명이다. 홍군은 “삶의 기로에 서 있는 저를 바꿨던 것은 한 선생님의 ‘네 잘못 아니다’라는 한 마디”였다고 강조했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제4회 푸른코끼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푸른코끼리 포럼 제공)
제4회 푸른코끼리포럼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렸다. 푸른코끼리포럼은 청소년 사이버폭력 해결을 위해 민관이 모인 자리로 교육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 정부 기관과 삼성, 푸른나무재단, 사랑의열매 등 민간 기관이 함께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디지털 신기술과 함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사이버 폭력의 문제와 지속가능한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사이버폭력이 인공지능의 어두운 면을 만나며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기조강의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경험한 인터넷 세대와 달리 인공지능 중심에 있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없는 세대”라며 “미래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이버폭력은 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시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성범죄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사이버·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나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어른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군은 “살아줘서 고맙다,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어른의 말은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 돼 친구도 사기고 믿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김도(27)씨는 “학폭으로 경찰서에 갔을 때 학교전담경찰관이던 이백형 경감의 도움으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며 “누군가는 제 얘기를 듣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용기를 내 올바른 행동을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같이 만연한 사이버폭력이 가정 교육의 부재로 인해 생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혜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현재 학교폭력 양상은 현실 대면 폭력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버 폭력 관련) 경험이 부족한 부모들이 중대성을 인지하지 못해 자녀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딥페이크 성범죄로 인해 논란이 커졌을 때도 부모들이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에 전문가를 고용해 증거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 부장검사는 “법률적으로 봐도 ‘법률의 부지(금지 규범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행위할 경우)만으론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는 판례가 있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물 자체가 ’지인능욕‘이라고 쓰이는 이유 자체는 가해자가 우위에 있고 피해자가 부끄러워 하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같은 사이버 폭력이 딥페이크, 생성형 인공지능 등 첨간 기술 발전과 함꼐 더욱 잔혹해질 것이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이사장은 “태도와 습관은 꾸준한 교육으로 키울 수 있다”며 “지금이 여기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시기적 절박감에 따라 사회 모두가 다자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 체계적 교육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가해자를 배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신 부자검사는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무서워하지만 더 무서워하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차단”이라며 “현재 독일 등 해외에서 논의하고 있는 계정 정지나 휴대전화 압수 등 (입법적) 대책 마련을 서둘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