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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같았다”…치솟은 엘리베이터, 결국[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5.02.24 10:40:12

中 엘리베이터 노후화 문제, 인명 사고로 이어져
베이징 노후 엘리베이터 4만5000여대, 전국 1위
온라인서도 불만 폭발, 재정 투입 장비 갱신 추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베이징에서 살고 있는 곳은 지은 지 20년이 넘은, 이제 구축이 되어가는 곳이다. 아파트 한 개 동에는 보통 엘리베이터가 3개씩 있는데 한 달에 한두 차례 정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통 엘리베이터 정비는 나와 상관없는 일 같겠지만 이곳은 다르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사는 1년여 동안 총 3번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예고는 없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사는 19층까지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멈춰 1분(체감상으론 10분) 넘게 움직이지 않던 적이 두 번 있고, 한 번은 19층에서 내려오는데 1층에 거의 와놓고 오랫동안 문이 열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옆 동에 살고 있는 한 한인 가정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도 모자라 갑자기 아래로 확 내려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대대적으로 보수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는 결국 다른 동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한국에서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뻔한 적은 거의 없으나 베이징에서 약간의 공포감이 든 것은 사실이다. 실제 최근 중국에서 엘리베이터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윈난성 쿤밍시의 한 건물에서는 과실로 의심되는 엘리베이터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 30분쯤 59세 남성 웨이씨는 같은 건물 내 위층에 물건을 가지러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웨이씨 딸은 “엘리베이터가 롤러코스터처럼 갑자기 17층에서 2층까지 추락하더니 다시 33층으로 급격히 상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엘리베이터가 최고층까지 올라가며 크게 충돌했고, 안에 있던 웨이씨는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어 결국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고 후 쿤밍시청 감독구은 엘리베이터 유지 보수 기록을 검색했는데 ‘엘리베이터가 통제 불능 상태’라고 평가했다. 사고 엘리베이터는 현재 운행 중단 중으로 7일간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쿤밍시 시장감독관리국은 관련 사고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8일 엘리베이터 사망 사고가 발생한 중국 윈난성 쿤밍시의 한 건물에 차단막이 설치돼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00년대 들어 중국에 고층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수많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고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사고 소식이 알려진 후 ‘중국판 엑스’(옛 트위터)인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선 안전 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10분간 갇힌 적이 있어 부동산(중국은 보통 공인중개업소에서 임대 관리도 한다)에 연락했더니 직접 엘리베이터 회사에 전화하란 답변을 들었다”고 사례를 전했다.

다른 사용자도 “지난 여름 어머니가 엘리베이터는 8층과 9층 사이에서 멈췄는데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아 30분 가까이 갇혔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 소식이 전해진 온라인 기사 답글에 “일부 주거용 엘리베이터는 노후됐음에도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사고가 있을 때만 관심을 기울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베이징시 관영 첸룽망은 최근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15년 지난 엘리베이터를 노후화 진입 시기로 보는데 작년 11월 기준 베이징에는 15년 이상 사용 중인 주거용 엘리베이터가 4만5000개로 전국 1위”라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 한 건물 내 노후 엘리베이터.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엘리베이터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나서고 있다. 최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장비 교체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베이징일보는 “지난해 8월부터 초장기 특별 국채를 통한 노후 주거용 엘리베이터의 갱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작년 126개 단지에서 총 911개의 주거용 노후 엘리베이터 갱신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올해도 관련 사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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