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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돋보기]힘받는 금리정점론…금융시장 남은 변수는

송길호 기자I 2022.11.15 0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면초가의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에 극적으로 반전하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의 둔화세가 확연해지자 금리정점론이 부각하며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강하게 상승했다. 환율도 엔화가 130엔대로 급락하는 등 강달러 흐름이 크게 약화됐다. 변동성지수(VIX) 단기고점, 3분기 기업실적 선방, 12월 연준(Fed) 속도조절,중간선거 등에 힘입은 주식시장 베어마켓 랠리 흐름이 인플레 둔화 신호와 함께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역대급 공매도 흐름도 역대급 숏커버링으로 반전하면서 글로벌 상승 흐름이 좀 더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10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금융시장의 추세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1월 미시간대학 기대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했다. 그러나 추세로 확인되는 인플레 둔화와 좀 더 가능성이 높아진 금리 정정론의 확산 흐름은 특히 자금경색으로 금융 불안이 누적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금리 정점 기대 확산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자금시장 경색이 비록 레고랜드발 신뢰의 위기에서 촉발됐지만 근저에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금리인상사이클에 대한 누적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늘 채권을 사면 내일 손실이 발생하는 급격한 금리상승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는 돈이 있어도 기다리고 기업은 건전해도 조달이 어려운 유동성 위기가 깊어지며 유동성 소용돌이(liquidity spiral)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인플레 둔화와 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감은 채권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시장유동성(market liquidity) 악화와 만기에 따른 조달유동성(funding liquidity)의 상호증폭에 따른 시장 혼란을 잠재우고 있다. 투자자는 빠르게 복귀하고 신용등급에 따른 옥석가리기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정점론으로 통화정책 여력도 확대됐다. 미국 연준은 11월 이사회에서 12월 기준금리를 75bp 미만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12월 회의에선 인상폭보다 내년 통화정책 가이던스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더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금리 정점론이 11월 인상 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열려있다. 11월 1%포인트로 확대된 한미금리차에도 불구하고 중국런 등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외국인 동향은 달러약세로 안정세가 강화될 흐름이다. 설사 12월 연준 회의 이후 금리차 확대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되더라도 내년 1월 회의를 통해 만회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금융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주체의 고금리 수용성은 이제 임계상황이다. 자금경색을 넘어 부동산금융을 매개로 높아진 대출금리 부담에 가계와 산업의 신용위험이 고조되면서 금융안정이 통화정책의 주안점이 돼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금리정점론이 금융시장의 추세적 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흔히 금융시장은 금리와 경기의 함수라고 한다. 인플레 둔화와 금리정정론 확산으로 이제 시장의 관심은 경기와 실적으로 이동할 것이다. 점진적 하락이 예상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예상대로 지표로 확인되는 한 이들 정보에 기반한 가격탄력성은 약화하는 대신, 경기상황과 기업실적이 주식과 채권시장의 장기적 추세 전환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그렇다면 추세 전환은 주식시장 보다 채권시장에서 먼저 감지될 가능성이 있다. 초유동성이 뿌려지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패데믹 위기를 제외한 통상적인 경기순환에선 주식이 추세 전환의 가늠자가 된 경우는 드물다. 반면 채권은 경기둔화라는 경기순환적 요소와 인플레 둔화와 함께 확산되는 정책금리 요소(금리정점론) 모두 추세 전환에 긍정적이다. 금융시장의 선행성을 고려할 때 금리정점론에 대응해 경기와 기업실적의 저점론이 확산되는 시점이 지난 1년 동안 이어진 정책금리 주도의 글로벌 금융시장 하강사이클이 막을 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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