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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버크셔해서웨이(BRK)가 또 다시 옥시덴탈 주식 190만주를 사들였다. 버크셔는 18일(현지시간) 정규시장 마감 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지분변동공시를 통해 지난주 후반 옥시덴탈 주식을 190만주 더 취득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입 가격은 56~59달러였다. 버크셔는 이 회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 매수나 매도 후 이틀 내에 SEC에 신고해야 한다.
옥시덴탈 주가는 이날 1.34달러 상승한 60.0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옥시덴탈 주가는 올 들어 첫 5개월 간에만 무려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후 6월에는 7% 정도 주가가 하락했다.
이로써 버크셔는 옥시덴탈 주식을 총 1억8170만주 보유하게 됐고, 금액으로는 110억달러(원화 약 14조495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옥시덴탈 전체 지분의 19.4%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버핏 CEO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옥시덴탈 주식을 취득했다고 공시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이 회사 지분을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옥시덴탈 주식을 한 번도 60달러 위에서 산 적이 없었던 만큼 총 평균 취득단가는 54달러 수준일 것으로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배런스는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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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버핏의 옥시덴탈 주식 사재기는 회사의 지속적인 현금 창출 능력과 이를 추구하는 경영 방침에 동조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버크셔의 에너지 관련 사업과의 시너지까지 기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 CEO는 “현금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비키 홀럽 옥시덴탈 CEO의 경영 원칙은 이치에 맞는 것”이라며 “옥시덴탈은 우리가 돈을 넣어두기(=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그러면서 버핏은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마치 카지노처럼 취급하고 있고 일부 미국 대기업들을 포커판의 칩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당시 활발한 거래량을 토대로 급등락하던 옥시덴탈 주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버핏의 옥시덴탈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버크셔는 8%라는 높은 배당을 지급하는 옥시덴탈 우선주도 100억달러 어치 보유하면서 매년 8억달러의 배당을 챙기고 있고, 주당 59.62달러로 보통주 신주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도 8390만달러 어치 갖고 있다.
이제 버크셔는 머지 않아 옥시덴탈 주식을 더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지분 매입 소식에 옥시덴탈 주가가 뛰었는데도 이익을 실현하는 대신에 주가가 조정을 받던 시점에 지분을 더 사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버크셔가 옥시덴탈 지분을 조금만 더 사들일 경우 회사로부터 단순히 배당금만 받는 게 아니라 지분에 비례해 옥시덴탈의 이익을 버크셔 수익에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버크셔의 연간 수익도 20억달러(약 2조6370억원)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도 버크셔는 크래프트 하인즈와 파일럿, 버카디아 등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지분법 평가이익으로 이들 자회사 이익을 회사 수익에 반영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월가에선 버핏이 올 연말 쯤이면 옥시덴탈의 나머지 지분까지 다 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옥시덴탈 지분 66%는 기관투자가들이 가지고 있어 언제든 매도 가능하다. 80% 가까운 옥시덴탈 지분을 주당 80달러로 계산하면 총 6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이는 버크셔의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그리 큰 금액도 아니다.
일단 이미 60달러를 넘어선 옥시덴탈 주가는 버크셔가 가진 워런트 행사가격인 59.62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이 시점에서 버크셔가 워런트를 행사하게 된다면 당장 지분율은 약 26% 수준까지 높아지게 된다.
닐 딩먼 트루이스트증권 원유·가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연말쯤이면 신용평가사들이 옥시덴탈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등급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이며, 이 시점에 버핏이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옥시덴탈의 신용등급은 현재 `BB+`로 한 단계만 더 올라가면 투자적격등급이 된다. 이 시점이야말로 버크셔가 나머지 3분의2 만큼의 이 회사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딩먼 애널리스트는 “옥시덴탈이 영위하는 원자재사업이나 사업장 입지 등이 버크셔의 기존 유틸리티나 파이프라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옥시덴탈이 가진 저탄소 벤처사업은 버크셔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