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공공커스터디, '디지털국고' 시급]<1> 사정기관 가상자산 압류 3년새 6억→780억 급증 중앙·지자체 제각각 관리, 통합규율 없고 책임 불분명 코인 탈취 후 중구난방식 대응, 예산 늘고 쏠림 야기 “민관 협력하는 통합관리 ‘디지털 국고’ 도입 시급”
[이데일리 최훈길 서민지 기자] 정부가 압류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모가 수년 새 100배 넘게 커졌는데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관을 아우르는 통합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선진국처럼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디지털자산 공공 커스터디(수탁) 시스템, 이른바 ‘디지털 국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검찰·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이 압류한 가상자산은 780억원(4월 기준)에 달한다. 압류한 가상자산 규모는 2022년 6억원에서 지난해 639억원으로 3년 새 100배 넘게 증가했다.
압류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는데 중앙·지방정부, 민관을 총괄하는 디지털자산 보관·수탁 통합관리 규율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기관마다 구체적인 보관 방식과 내부통제 기준도 달라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나 관리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앞서 검찰·경찰, 국세청이 압류한 가상자산을 잇따라 탈취 당하자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4월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기관별 이행 수준도 제각각이다. 커스터디 관련 규율 내용이 담긴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금융위원회가 올해 1분기 입법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는 가상자산 압류·보관·관리를 해본 경험이 없어, 행정 사각지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월 정부 조사 결과 지방세 징수 중 압류에 대비해 지자체 58곳이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었으나, 실제 가상자산을 압류·보관·관리해본 지자체는 전무했다.
이러다보니 압류 가상자산 규모는 커지는데 가상자산 공공 커스터디 시장은 사상누각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정부는 적격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입찰을 잇따라 미루고, 그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늘어나기도 했다. 더구나 입찰이 이뤄져도 일부 대형사들이 입찰을 독식하며 중소 커스터디 업체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생기고 있다.
실제 최근 마무리된 경찰청 입찰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은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인프라 구축 사업’ 입찰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사업자를 찾지 못해 입찰을 잇따라 연기했다. 네 차례 입찰만에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경찰청은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배상 능력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중소 커스터디 업체들은 “우리가 들러리냐”며 반발했다.
국세청,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이 압류한 가상자산 규모는 2022년 6억원에서 지난해 639억원으로 3년 새 100배 넘게 증가했다. (자료=재정경제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해외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국가 디지털자산 공공 커스터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정부가 정책·감독을 총괄해 안정적인 통합관리를 하면서 일부 대형사 독식 없이 다양한 기업들이 상생하는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스템인 ‘디지털 국고’를 구축하는 모델이다. 일례로 영국 경찰은 공동조달기구인 ‘블루라이트 커머셜’을 두고 압류 가상자산에 대한 통합관리를 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통합적인 거버넌스 및 기준을 만들고 자격을 갖춘 다양한 복수의 민간 사업자가 운영을 맡는 디지털 국고를 논의해야 한다”며 “민관이 협력해 국가 디지털자산 통합관리 플랫폼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