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아프간 철수로 수백 만명의 난민을 방치한 미국이 자국의 인권을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인 8월31일 홈페이지에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명의로 올린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글을 통해 “아프간 정세를 놓고 미국이 쏟아내는 변명 섞인 탄식소리에 세상이 소란스럽다”고 조롱했다.
|
그러면서 아프간 전쟁 경위에 대해 “침략논리가 국제사회 반대에 부딪치자 미국은 강권, 전횡을 휘두르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 요구를 무시하고 끝끝내 군사적 침공을 감행한 것”이라고 폄하하면서 “아프간 전쟁 목적이 남아시아 지역에 전략적 요충지 구축, 카스피해 지역 원유 및 천연가스 통제권 장악에 있었다. 이것이 세계 앞에서 정의, 반테러를 역설하던 미국의 진짜 속심이고 목적”이라고 저격했다.
같은 날 게재한 ‘미국의 패권시대에 조종이 울린다’는 글에서는 러시아 등 각국의 전문가 평가를 인용하며 미국의 쇠퇴·몰락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미국은) 세계에 대한 지배 신청서를 최종적으로 묻어버렸다’(러시아연방평의회 의원), ‘미국이 대영제국의 전철을 밟고 있다’(영국의 한 논평가), ‘미국 주도의 평화가 종말을 앞두고 있다’(인도의 한 정책연구집단 책임자) 같은 비판론을 전했다.
선전매체 ‘메아리’도 1일 ‘도망간 미군, 불안한 동맹’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패배, 미군의 도주 역사가 또 한 페이지 진하게 쓰이고 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매체는 “20년 동안 무려 2조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진행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끝끝내 패하고 대국의 체면도 다 줴버린 채 무작정 도망간 것”이라며 “베트남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동맹을 줴버린 채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다”라고 폄하했다.
다만 북한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당국 차원의 담화나 논평 등 이른바 ‘공식 입장’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연일 외무성과 선전매체 등을 통해 관련 소식을 쏟아낼 뿐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