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희롱 사례들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러한 행위들은 대부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다.
최근 한 대기업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야한 동영상을 보내고 성적인 농담을 일삼은 사건이 있었다. 피해 직원은 “매일 출근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는 성희롱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피해자의 일상과 직업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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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언어적, 시각적 성희롱의 경우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변호사는 “예를 들어 단체톡방이 아니라 가해자들 간의 1대1 개인 메시지 대화에서 언어적 성희롱을 했을 때 피해자에게 직접 도달하게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상의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어적 성희롱의 경우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도 있지만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 즉 ‘공연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의 공백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5명 중 1명(22.6%)이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그중 7분의 1(13.7%)은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성희롱은 단순한 인격권 침해를 넘어 성적자기결정권, 인격권, 노동권 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돼 성희롱에 대한 법적 규제가 확립된 후 25년이 지났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적 제재만으로는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지속적 성희롱의 범죄화’와 함께 ‘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를 제안하는 이유다. 박 변호사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희롱이나 업무상 위계위력 관계에 있는 주체에 의한 성희롱이라도 우선적으로 범죄화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와 같은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희롱이 범죄화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박 변호사는 “우선 성범죄로 다뤄지게 된다면 성희롱 피해자도 수사와 공판 단계에서 성폭력 피해자로서 보호받게 될 것”이라며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전담 재판부에서 사건을 다루게 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범죄 전담 수사관과 재판부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사법절차 안에서 피해자들이 더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성희롱 범죄화에 대해 형벌 남용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과거 스토킹도 경범죄로 취급되다가 22년 만에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제는 중대 범죄로 인식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희롱 역시 그 심각성, 불법성 등을 고려할 때 범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박 변호사는 “일부 성희롱을 범죄화하고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성희롱이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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