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지수 자체에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시선을 경계했다. 지수 레벨을 목표로 삼는 순간 정책 방향이 숫자에 끌려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본시장 정상화·선진화’라는 큰 방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국내 ‘가치투자 1세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30년 넘게 시장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내재가치보다 싼 주식은 결국 제자리를 찾는다’는 원칙을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강조해 온 만큼, 최근 지수가 높아진 국면에서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그의 메시지에도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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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장은 코스피 5000을 ‘시장 체질이 바뀌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주가가 오르는 흐름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가 기업을 가치로 평가하고 기업도 주주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장 규칙이 자리 잡는 과정이다. 그는 “상법 개정이 되면서 이제는 한국 증시도 가치투자가 적용되는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일부 요인도 이미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엔 북한이 미사일만 쏴도 주가가 흔들렸지만, 지금은 그런 충격이 덜하다”며 “산업 구조 역시 철강·화학 중심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비중이 커졌다”고 했다. 시장을 눌러왔던 하방 요인이 완화되면서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가치투자가 힘을 쓰지 못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기업의 자산과 이익 창출력이 충분해도 주주가 그 과실을 온전히 공유하기 어렵다는 불신이 누적됐고, 그 결과 장기투자 자체가 리스크로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 상법 개정 등 제도 변화가 쌓이면서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의장이 정의한 가치투자의 본질은 단순하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을 때 매수해 가치 이상으로 회복하면 매도하는 전략이다. 그는 “가치와 성장을 굳이 갈라놓을 필요가 없다”며 “성장 역시 내재가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성장주라도 합리적 가격에서 매수하면 가치투자의 영역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자산가치·수익가치·성장가치로 나눠볼 수 있다고 했다. 과거에 벌어 축적한 자산(자산가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만드는 이익의 질과 양(수익가치),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성장가치)을 종합한 값이 내재가치라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과거·현재·미래가 모두 포함된다”며 “지수 방향보다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먼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로 ‘극단적 밸류에이션 양극화’를 꼽았다. 일본처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 주변에 종목이 고르게 분포하는 시장과 달리 한국은 PBR 0.2~0.3배의 저평가 종목이 있지만, 일부 종목은 멀티플(PER·PBR 등 주가를 특정 재무지표로 나눈 값)이 과도하게 높은 기업이 공존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PER 100배, 200배처럼 과열된 종목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바람직한 방향은 저평가 영역이 위로 끌어올려 지고, 과열된 영역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편이 진행되면 ‘싼 기업은 재평가되고, 비싼 기업은 조정되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 체계가 제자리를 찾을수록 ‘가치’에 기반을 둔 전략도 다시 힘을 얻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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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5000선에 도달한 시점에서 투자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멀티플이 높은 종목을 조심해야 한다”며 “유동성 기대에 많이 오른 종목은 조정이 오면 먼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없는 만큼 변곡점에서는 비싸고 많이 오른 주식부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반대로 “원래 싼 주식은 더 떨어질 게 없으므로 하락 방어력이 생기고, 오히려 재평가가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수 흐름과 별개로 종목별 성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코스피 5000 이후 장세는 ‘얼마나 더 오르나’보다 ‘무엇을 고르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한다는 진단이다.
이 의장은 올해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와 금융(은행·증권), 지주사를 제시했다. 특히 반도체 종목에 대해선 “AI 산업의 최종 승자가 불확실해도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곳은 반도체를 포함한 관련 공급망”이라고 했다. 이어 “시클리컬 디스카운트(경기 변동을 이유로 낮게 평가받는 구조)가 그대로 적용될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반도체를 둘러싼 ‘사이클 공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의장은 “업황이 아주 좋을 때는 PER이 오히려 낮아지니까 ‘PER이 낮다고 주식을 사면 안 된다’는 논리가 작동해왔다”며 “지금의 AI 인프라 확장은 과거와 같은 사이클로만 볼 수 있을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잣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내수 흐름에 대해서도 “영원히 돌아서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가 오프라인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고 특급호텔이 ‘전 객실 만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체감 경기가 달라지는 신호도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정책 변화와 소비 회복이 맞물리면 하반기 소비주로 온기가 확산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배당주 흐름도 짚었다. 그는 “배당 공시 선진화 정책으로 예전처럼 연말에 배당락을 노리고 움직이던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배당이 확정되는 3~4월 무렵 배당주에 관심이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을 받을 타이밍이 달라지면서,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시점도 함께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1964년생 △중앙대 경영학 학사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한신증권 입사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동원투자신탁운용 자문운용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CIO·대표이사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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