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 금융의 문제로 손꼽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팔을 걷었다. 주요 글로벌 투자자가 모인 유럽으로 날아가 직접 투자자를 만나 ‘K-금융’ 세일즈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다. 이 원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이 자리에는 금감원 외에도 서울시 등 지자체와 은행과 증권사 등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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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과 서울시·부산시 등 지자체, 주요 금융회사는 13일(현지시간) 공동으로 영국 런던의 로열 랭캐스터 런던 호텔에서 ‘2023년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런던 투자설명회’를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최초로 금융당국, 지자체, 금융사들이 협업해 마련한 대규모 해외 투자설명회(IR)다.
행사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앤마리 트레벨리안 영국 외무부 차관, 강철원 서울시 정무부시장,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 원종규 코리안리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특히 블랙록, HSBC, JP모건, 모건스탠리, 로스차일드 등 80여 개 주요 글로벌 금융사와 투자기관에서도 행사를 찾았다.
이날 금감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금융·자본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을 개선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신뢰할만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선진화 방향을 위해 영문 공시 의무화, 국제표준전산언어(XBRL) 추진을 통해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등 글로벌 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 밖에도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투자 내역 보고의무 폐지 △글로벌 투자자의 국채투자 비과세 조치 △국제예탁결제기구와 국채통합계좌 구축 △배당제도 개선 △ 글로벌 금융 인력의 근무 여건 개선 등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배당정책에 대해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고, 제도를 바꿔 배당내용이 공표된 뒤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부와 금융 당국에서는 일관되게 배당, 주주친화정책 등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해외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투자자등록제도, 사전신고제도 등으로 부수적인 어려움이 많아 투자를 꺼리기에 관련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대주주와 똑같은 조건으로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소액 주주들에게 부여한다든가, 임직원들이 주식을 처분할 경우 사전에 시장에서 알려질 수 있도록, 공시 내지는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는 등의 사안을 연내 추진할 계획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정책 등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일관된 제도나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당국과 시장 플레이어와 조화…불확실성 해소”
서울시와 부산시 등 지자체도 해외 금융기관들의 투자 정착을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안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국제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 개발 등의 계획과 함께 세제혜택·원스톱 지원 서비스 등 외국기업 대상 지원제도 및 정책을 지원하겠다”며 입을 모았다.
해외투자자들도 이에 화답했다. 앤마리 트레벨리안 영국 외무부 부장관은 “한국은 최근 녹색 금융 쪽에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선제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잘 보여주고 있다”라며 “한국과 영국은 주요 수출 투자처인 동시에 금융부문 협력 파트너, 청정에너지·인프라 등에서 양국의 투자협력 강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헨릭 고벨 모건스탠리 자본시장부문 대표도 “그간 양국이 달성한 성과 등을 높게 평가하고, 양국 금융시장의 협력과 발전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는 배당정책, 투자 접근 용이성에 대해 묻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가 금융산업과 관련해 어떤 비전을 갖고 끌고 나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금감원을 비롯한 지자체, 주요 금융회사 등은 이번 공동 투자설명회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식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금융당국과 함께 지자체, 금융사가 동시에 나서니 (해외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산업에 갖고 있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장의 플레이어와 규제 당국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고 진단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이번 IR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금융상황 혹은 거시상황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궁금증 많았고, 이를 해소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공동 IR을 열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여러 다양한 목소리를 한번에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당국과 지자체, 금융사까지 종합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유용하고 효과적인 행사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에도 당국과 지자체, 주요 금융회사들과 함께 해외 투자자와 직접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유럽시장이 탈중국과 관련된 흐름 속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꾀하려고 한다”며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국의 금융산업을 널리 알리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포맷으로 이를 적절하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