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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죄질과 범행이 중대하고 계획적으로 장기간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하면 병역의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면서도 “모든 병역의무자들이 자백하고 있고, 병역 범행 수법 내지 브로커를 타인에게 소개한 정황이 없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다른 병역 브로커 구모(47)씨에 이어 두 번째로 적발된 브로커로, 구씨의 밑에서 부대표로 일한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6월 행정사 업무를 하며 구씨를 알게 된 김씨는 뇌전증을 앓고 있지 않아도 증상을 호소하면 신체등급 4~5급을 받아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단 사실을 파악했다. 그는 의뢰인에게 확실한 병역 면탈을 약속하며 건당 300만~1억 1000만원의 고액을 받고 병역면탈자들과 공모했다. 김씨가 건네받은 금액은 총 2억610만원에 달한다.
김씨를 통한 병역면탈자들은 의사, 프로게이머, 골프선수 등 총 15명으로 그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병역면탈자들은 김씨가 제공한 시나리오에 따라 뇌전증 환자로 가장해 허위 뇌전증 진단서, 약물처방, 진료기록 등을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았다. 이들의 가족 또는 지인 등 6명은 “발작 증세를 목격했다”며 거짓말로 목격자 진술을 하는 등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는 데에 공모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김씨와 피고인 대부분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고, 피고인들도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재판부는 김씨를 비롯해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피의자를 상대로 다음달 21일 심리를 진행키로 했다. 앞서 지난 1월 첫 공판을 진행한 병역브로커 구모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뇌전증 환자에 대한 모호한 병역 판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