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주용기자] 한미 FTA가 가장 확실한 중소기업정책이라는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시장이 미국산 제품에 잠식돼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한미FTA는 중소기업에 큰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미국에 많은 관세를 물면서 수출하고 있는 섬유, 의류, 신발등의 업종이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그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얼핏 타당해 보인다. 모든 중소기업들이 이런 혜택을 볼수 있단 말인가? 또 우리의 무관세화로 내수 시장을 지키는 중소기업은 어떻게 될까?
◇이백만 수석 "한미FA는 가장 확실한 중소기업 수출정책"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한미FTA-멀리 보고 크게 생각합시다④` 글에서 "한미FTA는 가장 ‘확실한’ 중소기업 수출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기업이 아무리 좋은 물품을 생산하더라도 팔 시장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한미FTA는 우량 중소기업에게 좋은 시장을 제공해 주는 정책으로, 한미FTA는 중소수출업계에 단비와 같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비계열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개발에서부터 시장개척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시장개척이 가장 어렵다는 것.
때문에 관세가 10% 가량 줄어들면 한국 중소기업들은 관세 인하폭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마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달리다가 이것을 떼어버리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은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 고관세 품목인 양말산업, 고무제 장갑, 가죽 핸드백, 신발 모자 등 잡화 등의 품목에서 대표적인 수출증가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그러나 내수 중소기업의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산자부 "장비·소재, 전자의료기기, 계측기 등은 피해" 우려
이 수석의 글이 올라오기 전날인 20일 산업자원부는 구미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미 FTA를 통한 전자산업구조 선진화 토론회'를 가졌다.
여기서 산자부는 한·미FTA로 전자산업 중 디스플레이와 가전 등은 기술경쟁력이 있어 수출이 확대되겠지만 장비·소재, 전자의료기기, 계측기 등은 경쟁력이 떨어져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같은 품목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피해 품목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됐다.
또 반도체, 휴대전화, 컴퓨터 등은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FTA에 따른 (수출)영향은 크게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산자부는 "미국의 관세율이 2% 안팎이지만 우리나라는 8% 수준이어서 FTA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난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의 전자시장은 3700억 달러로 우리나라 370억 달러의 10배 수준이기 때문에 관세율 만으로 수출입 증감을 비교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관세율로만 수출입 증감을 예상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수출 및 생산 감소 우려 품목있다"
전자산업이 이렇다면, 그외에 산업은 어떨까.
이 수석의 글은 이달 산업연구원(KIET) 중소·벤처기업실이 만든 `한·미 FTA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참고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거시적 분석을 통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식별해 내기는 곤란하다"며 "중소기업의 부가가치, 고용비중 및 하도급 의존도를 감안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한 추론 결과 섬유, 의복, 가죽, 목재, 생활용품 등 한·미FTA의 영향이 긍정적이고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중소기업의 수출 및 생산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고 산업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광물제품, 금속제품, 기게 장비 등의 산업에서는 중소기업의 수출 및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부정적 영향 품목중 단기보호품목에 대해서는 5년 내외, 장기보호품목에서는 10년정도의 관세유예를 도모해야 한다며 전체공산품의 6.2%인 584개 품목이 이같은 민간품목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또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화학, 고무, 플라스틱제품, 조립금속제품은 영향이 `보통`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소기업인, FTA 기대 높은 건 사실..영향 단순화해선 안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절반이상인 52.1%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한미FTA가 경영활동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중소기업도 12.5%나 됐다. 이들은 수익성악화, 국내 매출 감소등의 경영실적 악화를 우려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한·미FTA에 따른 경쟁격화에 따른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납품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더 크게 우려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FTA에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대미 수입이 대일수입을 제한적으로 대체하는 기대도 있다고 밝혔다. 또 미 금융기관과 벤처캐피탈 회사의 진출로 국내 중소 벤처기업들의 금융조달 환경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그렇지만, 한미FTA가 이백만 홍보수석의 주장대로 모든 중소기업에 `가뭄끝 단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단순화다. 수출기업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역시 품목에 따라 득실이 엇갈리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만큼 적절한 주장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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