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안다 '유럽 노숙명당'

조선일보 기자I 2008.08.21 16:32:02
[조선일보 제공] 노숙(露宿). 여행하다 보면 방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혹은 비싼 방값을 아끼려고 노숙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데에서 이슬 맞으며 자는 잠이 어딘들 편하겠는가마는, 조금이라도 나은 밤을 제공하는 '노숙 명당(明堂)'은 분명 존재한다.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기내지가 추천한 '노숙하기 좋은 유럽의 공원·정원 베스트 10'을 소개한다.

■ 치르쿠스 막시무스(Circus Maximus)-로마(이탈리아)

로마제국 시절 각종 경기가 열리던 대(大)경기장. 이곳 잔디밭은 과거 전차 경주가 열리던 트랙으로, 잠자기 좋다. 메트로(Metro), 치르코 마시모(Circo Massimo) 근처.

■ 미라콜리 광장(Campo dei Miracoli)-피사(이탈리아)

피사 시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자부하는 광장. 이 작은 도시에 여기 말고 광장이랄 만한 변변한 공간이 없긴 하지만. 피사의 사탑과 성당, 세례당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이다. 라이언에어는 "밤이면 시끄럽고 거친 술주정뱅이들로 가득하다"는 경고를 덧붙였다.

■ 샹드마르스(Champ de Mars) 공원-파리(프랑스)

에펠탑 바로 옆이라 아무리 취해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에펠탑에서 플라스 조프레(Place Joffre)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잔디밭이 노숙자를 환영한다.

■ 슈타트파크(Stadtpark)-함부르크(독일)

주말이면 10만명 이상이 찾는 인기 공원. 그러나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다음날 아침 껌과 담배꽁초가 머리카락에 엉겨 붙은 채 깨어날지도 모른다.

■ 프란치스코회 정원(Franciscan Garden)-프라하(체코)

프라하의 더 유명한 공원은 술주정뱅이로 가득하다. 조용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돌담으로 둘러싸여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이 공원으로 가라. 잠자기 좋은 벤치의자도 많다. 벤체슬라스(Wenceslas)광장 근처에 있는 입구가 찾기 쉽지는 않다.

■ 미라벨(Mirabell) 정원-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잘 다듬고 정돈된 공원. 오스트리아 어디가 그렇지 않겠는가만. 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흉내 내는 관광객들과 마주쳐 다소 짜증 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일부 장면을 여기서 촬영했다. 미라벨 궁전 뒤.

■ 사스키(Saski) 공원-바르샤바(폴란드)

나무가 많고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심장 약한 사람에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구시가 중심에 있다.

■ 플란티(Planty)-크라코프(폴란드)

구시가를 감싸고 보호하던 성벽을 허문 자리에 생긴 원형 잔디밭. 편안한 밤을 원한다면 이만한 곳도 없다. 강추.

■와란드(Warande) 공원-브뤼셀(벨기에)

항상 잘 깎인 긴 잔디밭이 노숙하기 이상적이다. 루아얄 거리(Rue Royale)에서 진입할 수 있다. 기차역 근처로 찾기도 쉽다.

■메자파크(Mezapark)-리가(라트비아)

리가 북동쪽 언저리에 있는 여기까지 왔다면 진짜 제대로 취했단 뜻. 나치 점령 당시 집단수용소가 있던 곳이라 아무리 잘 자고 일어나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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