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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 임금 10년 전으로 되돌려"…피 마르는 영세 中企

김호준 기자I 2021.06.14 10:55:48

중기중앙회·경총 등 경제단체, 주52시간제 대책 촉구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 시행
뿌리·조선업 44% "주52시간제 준비 안 돼"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 및 1년 이상 계도기간 요구
"근로시간 운용 유연성 높이는 게 해법"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5개 경제단체가 ‘주52시간제 대책 촉구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이관섭 무협 상근부회장. (사진=중기중앙회)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평균 임금이 10년 전으로 되돌아갈 상황입니다.”

오는 7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경제단체들이 유연근무제 확대, 계도기간 부여 등 보완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제조업 실핏줄인 뿌리산업을 비롯해 조선업, 건설업 등 인력난이 심각한 업종들은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회사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14일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주52시간제 대책 촉구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경제단체들은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단의 보완책 없이 50인 미만 기업에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 큰 충격을 준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뿌리·조선업체 207개사를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44%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는 ‘구인난’(42.9%)과 ‘주문 예측 어려움’(35.2%), ‘인건비 부담’(31.9%) 등을 꼽았다.

특히 응답 기업 중 27.5%는 ‘7월 이후에도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렵다’고 답해 많은 기업 대표들이 ‘범법자’ 처지로 내몰릴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다수 근로자들이 소득보전을 위해 ‘투잡’까지 뛰고 있다. 건강권 보호라는 근로시간 단축 취지가 무색해지는 사례”라고 강조하며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한 주물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경제단체들은 조선·뿌리·건설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준비 기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조선업의 경우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불면 작업을 미루는 등 예측이 어려운 근로환경으로 유연근로제 등을 통한 인위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인력 대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뿌리산업 역시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국이 막혀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기존 2교대로 돌아가는 주물이나 용접업체가 3~4교대로 바꾸려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야 하지만, 사람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업체들은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여성이나 노인, 심지어 다른 지역에 버스를 보내 인력을 출·퇴근시키고 있다”며 현장의 고충을 설명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현행 90일에서 180일 이상으로 확대하고,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요건과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업종과 직무에 따라 근로시간 체계가 다양하고, 업무량이 불규칙한 경우도 많아 기존 1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을 월 단위나 연 단위로 바꾸는 제도 변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50인 이상 기업에 1년 계도기간이 부여된 점을 고려해 대응력이 낮은 50인 미만 기업에는 그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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