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3년째 공공기관 입사를 위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다가오는 추석에 마음이 복잡하다. 올해 상반기 지원한 회사마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인턴 전형까지 떨어지면서 역대급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다. 김씨는 “안 그래도 자신감과 자존감이 바닥인데 추석 때 가족들 잔소리 들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고 말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연애, 결혼, 취업 등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근심이 쌓인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척들이 ‘연애는 하고 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취업은 했니’ 등 자신에게 건네는 관심이 되려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크게 늘어나면서 취업 불안도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이달 아르바이트생 8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5명(46.1%)이 추석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취업·직업 관련 가족들의 과도한 질문과 잔소리’가 35.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추석 선물과 용돈 등 명절 비용 부담(35.4%) △연애·결혼 관련 잔소리(27.1%) △음식 준비·집안일 등 명절 노동(24.3%) 등 순으로 나타났다.
승무원 준비생 이모씨는 “친척 만나봤자 힘이 되기는커녕 자기 자식 자랑에 잔소리, 남과 비교만 하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취업은 언제 하냐, 사촌은 대기업 들어갔더라 등 명절에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이럴 바엔 집에서 혼자 맛있는 거 먹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생 오모씨는 감기에 걸려 이참에 본가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생각 중이다. 오씨는 “감기 때문에 몸 상태도 별로인데 벌써 친척들 잔소리가 귓가에 맴돈다”고 설명했다.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15~29세) 고용률은 44.1%로 1년 전(45.1%)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절반가량이 일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쉬었음’ 청년은 39만 5000명으로 지난 2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2024년 기준 ‘쉬었음’ 상태 청년의 은둔 확률은 약 17.8%로 취업 청년(2.7%)보다 약 6.6배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