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윤정 인턴 기자]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 100여 명이 북한,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최소 40억달러(약 5조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북한, 이란, 시리아가 하마스에 재정적, 군사적, 전술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ADL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피해자와 사망자의 친인척들이 40억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그들은 소송에서 최소 10억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과 30억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징벌적 손해 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이고 악의적이라고 판단되면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소송은 외국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큰 규모이자 유대인 단체가 지원한 첫 번째 사례로 ADL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나하르 네타는 소송에 원고로 참여하며 성명을 통해 “하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나 우리가 겪은 상실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 사건이 조금이라도 정의감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1200명이 넘게 사망하고 250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를 공격해 약 3만 8000명이 사망했으며 해당 지역은 폐허가 됐다.
미국 정부는 현재 북한, 이란, 시리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란은 이미 지난해 10월 7일 공격과 관련해 여러 유사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조나단 그린블랫 ADL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란은 세계 최고의 반유대주의와 테러 후원국으로 시리아와 북한과 함께 홀로코스트 이후 가장 큰 반유대주의 공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에 있는 이란, 북한, 시리아의 유엔 사절단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테러 지원국으로 기소된 국가들이 미국에서 제기된 소송을 무시하고 미국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흔한 일이다.
피해자와 유가족은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면 2015년 미국 의회가 테러 지원국 판결에서 승소한 개인들을 보상하기 위해 만든 ‘미국 테러 지원국 피해자 기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기금은 현재 고갈 상태여서, 미국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금을 증액하고 피해자들에게 연간 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