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마비된 2022년. 국내 한 VC 심사역이 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등 동서부 명문대 이공계 연구실을 방문이 닳도록 찾았다. 그러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현지 창업팀과 다양한 한인 기술창업팀을 직접 발굴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극초기부터 리드 투자자를 자처하며 창업자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몇 년을 공들인 결실은 현지 톱 VC와 공동 투자를 이끌어내는 결과로 나타났다.
카카오벤처스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딥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신정호 수석심사역 이야기다. 신정호 수석이 미국 시장에 집중한 배경에는 회사가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15년간 초기 투자 시장에 집중하며 앱 서비스 태동기부터 플랫폼 전성기, 인공지능(AI) 전환기까지 산업 구조 변화를 포착했다. 두나무, 리벨리온, 루닛, 시프트업 등 각기 다른 분야서 유니콘을 배출한 비결이다.
팬데믹이 덮치며 하우스는 유동성 위기와 급변하는 기술 변화를 겪으며 다음 단계를 구상했다. AI, 반도체, 로봇이 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점이었다. 이때 그는 초기 투자 본질인 ‘인재’에 집중하자고 의견을 냈다. 생각은 곧장 실행하기 위해 기술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어딨는지 찾고자 했다. 결국 세계 석학이 모여 있는 미국을 개척하자고 뜻이 모였다.
이데일리는 신정호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정호 수석심사역이 미국 석학이 즐비한 연구실에서 찾은 기회가 무엇인지 물었다. 또 VC 업계를 이끌 차세대 주역으로서 향후 국내 초기 투자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느 곳이라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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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석박 네트워크서 찾은 기회…투자 결실로
신정호 수석심사역은 그간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미국 대학 연구실을 누볐다. 그 가운데 자기 업에 열정을 가진 사람, 업계 안에서 잘한다고 입소문 난 사람을 먼저 만났다. 또 창업한다면 주변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다고 언급한 사람을 물색했다. 해당 인물이 꼭 창업하지 않더라도 파생되는 기회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신정호 수석이 특히 MIT,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 스탠퍼드 등 석박 네트워크를 중요한 투자 연결점(node)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 수석은 “미국 주요 대학 네트워크에 속한 연구자들과 장기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차세대 반도체·우주·로보틱스 등 5~10년 뒤를 내다본 딥테크 투자를 선제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렇게 그와 관계를 맺은 인물 중 실제로 창업자가 된 인재가 적잖다. 이때 그는 창업 구상 단계부터 채용 연결, 투자 준비, 세일즈 네트워크 등 실질적 도움을 주면서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았다. 이들이 자금 조달 라운드를 돌 때 자연스럽게 카카오벤처스를 먼저 찾게 한 비결이다.
실제로 이들이 이끄는 기업 중 포트폴리오사로 합류한 곳도 상당하다. 그는 △컨피그(로봇 데이터 인프라·모델) △링크알파(기관투자자를 위한 AI 솔루션) △OQT(중성원자 기반 양자 컴퓨팅) △콘토로(물류센터 자동화 로봇암) △마그넨도(뇌혈관 수술 로봇 플랫폼) △스퀴즈비츠(AI 모델 경량화 솔루션) △올리고스페이스(인공위성 개발 자동화)에 투자했다.
현지에서 쌓은 관계를 토대로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성과를 낼 수 있게 돕기도 했다. AI 기술 스타트업 ‘솔버엑스’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제조업체들이 설계·검증을 가속화하도록 AI 기반 시뮬레이션(CAE)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컨대 자동차, 항공기 설계 과정에서 부품 내구도를 가상 환경에서 검증한다. 그는 솔버엑스가 해외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도록 기술검증(PoC)을 위한 관계기관은 물론 투자사 연결까지 도왔다.
“다음 세대를 여는 심사역 필요한 때”
신정호 수석심사역은 초기투자자는 변곡점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정호 수석은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고, 변곡점에서 빠르게 발로 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후배 심사역들에 말했다. 또 “선배들이 다져온 기존 성공방식에 갇히기 쉽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새로운 화두를 먼저 포착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동시에 성과가 나오기까지 최소한 2~3년은 기다려야 하므로 진득한 기다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수석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며 깨달은 점을 풀며 좋은 창업자가 VC를 고를 때 미리 돈독하게 쌓아둔 ‘관계’를 본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당장 창업할 의지가 없더라도 주변에 좋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탤런트 매그넷’ 인재를 찾고자 했다”며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도 창업가로 거듭날 인물들과 관계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업계에서 모든 세대를 아울러 전 영역에서 유니콘을 배출한 초기 투자 명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하우스의 다음 세대를 이끌 주역 중 한 명으로서 탤런트 매그넷을 찾는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탤런트 매그넷을 찾는 게 이전 앱 서비스와 현재 AI·딥테크 시대를 가로지르는 초기 투자의 본질이라 생각한다”며 “일례로 리벨리온처럼 미국에서 연구하고 돌아와 국내 창업한 케이스, 솔버엑스·컨피그처럼 현지에서 쭉 관계를 다져온 인재가 창업한 케이스 등 다양한 성공 사례가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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