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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실상 반대 대법원…“사형제 폐지 전제해야”

김형환 기자I 2023.08.31 11:31:37

대법 “사형제 폐지 전제 도입이 바람직”
“엄벌주의, 범죄예방 효과 단정 어려워”
“사형과 양립 가능” 한동훈 주장과 배치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대법원이 법무부와 국회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해당 형벌은 사형제도 폐지를 전제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사형제를 존치한 채 해당 형벌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방인권 기자)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여부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할 문제”임을 전제하며 “사형제 폐지를 전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가 바람직하고 사형제를 존치한 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신림역·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이어짐에 따라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와 별개로 조 의원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혔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와 사형제는 양립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사형제 폐지 이후 대체형벌에 대한 고민으로 고안된 제도”라며 “사형선고를 대체하는 국가 최고형별로서 기존의 무기형과 구별되도록 설계돼야 하고 현행 무기징역과 차별화된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형제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는 범죄 중 어떤 범죄를 사형제·가석방 없는 종신형·현행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것인지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법원행정처가 도입에 사실상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법원행정처는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살인사건은 2012년 1022건에서 2021년 692건으로 감소했다”며 “엄벌주의의 범죄 예방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복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새로운 형벌을 도입하는 것이 응보 목적 외 범죄 예방 등에서 효과적 대응 방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에 비해 기본권 침해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고 일부 선진국에서 위헌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 역시 반대의 이유 중 하나로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사형 못지않게 논란이 있는 중한 형벌을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라며 “사형과 비교하더라도 인권침해 경중을 따지기 어려운 형벌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1949년 사형 폐지 이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했으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1981년 형법개정으로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했다.

사형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주장은 현재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추진 중인 법무부와 대비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하며 “미국의 경우에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사형제와 함께 운영하는 주가 많다”며 “법관이 죄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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