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처럼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열되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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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I 2026.02.04 07:16:20

[새벽배송 규제의 민낯]④
유통산업 전문가들의 제언
쿠팡만 키운 13년 규제 재설계할 때
소상공인 유리한 시간대엔 일부 규제 유지
물류 연계 시스템 등 '조건부 허용' 필요
야간근무 과로 방지 기준도 명확히 해야

[이데일리 김지우 한전진 기자] “온라인 vs 오프라인, 대형유통 vs 중소유통 대결구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업태가 융합하고 공생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혁신성을 갖춘 다수의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국내 유통시장의 다양한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시킨 ‘새벽배송 규제’(2012년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전문가들도 “이제는 재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대체재가 없어 여전히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의 사례가 기점이 된 모양새다.

새벽배송 규제가 도입된 13년 전과 같은 잣대로 급변한 유통 산업을 단순히 업태별로 구분, 일괄적으로 제도를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단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쿠팡 사태로 유통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험한 만큼 새벽배송 규제를 철폐하되, 범위와 방식 등을 조절하는 식으로 기존의 법 취지였던 상생·노동 보호의 가치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쪽부터)이정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유통 전문가들 “새벽배송 규제, 경쟁환경 맞게 재설계 필요”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유통산업 비중은 2024년 전체의 50.6%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9.0%를 기록하며 1년새 8.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비중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기준 각각 9.8%, 2.2%까지 내려앉았다. 이미 국내 유통시장은 쿠팡을 필두로 한 온라인 쇼핑(이커머스)에 쏠린지 오래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2012년 유통법 개정안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은 제한하고, 쿠팡의 독주만 키워준 새벽배송 규제(0시부터 10시까지 영업 및 배송제한)를 현 경쟁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국내 유통산업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엔 모두 공감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완화 방안으로는 △전면 허용 △조건부 허용(원칙 제한·예외 허용) △지역·시간대별 차등 적용 등을 제시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규제의 전면 철폐를 주장했다. 그는 “대형마트나 SSM의 온라인 새벽배송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자동화·디지털화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핵심이 온라인 새벽배송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온라인 새벽배송을 하려면 대형마트는 점포들을 도심형 풀필먼트 센터로 활용해야 한다”며 “현재 영업시간 제한으로 주간 오프라인 운영만 가능해 점포 디지털화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면 첨단화와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벽배송과 함께 유통법에 명시된 또 다른 규제 ‘주말 의무휴업’은 지역 상권과 주민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서울과 지방,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소비 패턴이 모두 다르다”며 “주말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미 조례 등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여건이 마련된 만큼, 지자체와 협의해서 점진적으로 풀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관건은 규제 ‘범위’와 ‘방식’…노동·상생 가치도 살펴야


정환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건부 허용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지역·시간별로 차등 허용하자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 문제 등을 고려하면 (새벽배송) 전면 완화는 쉽지 않다”며 “조건부 허용과 지역·시간 차등 적용을 혼합해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일 기준보다는 지역·시간대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이 수용성과 집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부연이다.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조건부 허용을 지지했다. 그는 “새벽배송 규제의 전면 완화는 지역 소상공인 등과의 이해관계 충돌이 크고, 지역·시간대별 차등 적용은 행정 비용 증가나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허용을 주장한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상생과 노동 보호라는 기존 규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새벽배송을 허용하되 야간 근무 인력에 대한 휴게, 안전, 과로방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플랫폼에 지역 소상공인을 입점시켜 공동 물류나 픽업이 가능하게 하거나, 지역 소상공인 상품에 수수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환 교수도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시간대나 품목에는 일부 규제를 유지하거나, 소상공인과 연계한 새벽배송 의무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새벽배송 규제 완화가 이뤄지려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34대 중소기업학회장을 역임한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2년 규제 도입 당시 소상공인 위기가 심각했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율 조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결국 입법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에는 공감하지만, 국회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건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공감을 얻으려면 규제 완화 이전에 자체 혁신이 먼저 뒷받침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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