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문화지평에 따르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 일환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한 표석답사가 시민들의 관심과 호응 속에 첫 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첫 답사는 동대문 경성궤도회사터와 전차차고터를 시작으로 종로통을 거쳐 서대문정거장터에 이르는 ‘조선·대한제국 경제번영의 표석길’을 4시간 동안 진행했다. 답사 해설은 표석 시리즈 책을 4권이나 펴낸 표석전문가 역사지도사모임 김태희 대표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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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거쳐 간 표석은 경성궤도회사터, 전차차고터, 이교터, 공립어의동실업보습학교터, 최시형순교터, 좌포도청터, 천주교신자순교터, 단성사터, 세창서관터, 경시서터, 김수영생가터, 우미관터, 대한천일은행본점터, 조선일보창간사옥터, 3.1독립운동기념터:종로YMCA, 김상옥의거터, 육의전터, 의금부터, 장예원터, 한성전보총국터, 사역원터, 아주개, 협률사 원각사터, 훈련도감터, 홍화문터, 동양극장터, 김종서집터, 서대문정거장터 등 28곳에 이른다.
우미관표석, 화신백화점터, 한국천주교순교터이자 신앙증거터, 김삼석순교사관표지석 등 사설 표지석도 눈에 띄었다. 회당 답사인원이 20명 정원이었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이날은 25명으로 늘렸다. 다음 답사는 27일 안국역 경운궁에서부터 종로방향으로 ‘3?1운동과 항일독립의 표석 길’을 배건욱 해설사(전 서울 KYC대표) 해설로 진행한다.
프로그램 참가신청은 문화지평 페이스북(홈페이지)과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회당 20명씩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총 7회 진행하며 참가비 무료다.
표석이란 도시경관 구조와 시대 변화 속에서는 사라졌지만 역사적으로 의미 있던 곳에 설치하는 구조물로 시민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을 인식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표석은 1985년부터 ‘역사문화유적지 기념표석 신설 및 정비계획’에 따라 설치되기 시작했다. 표석을 세워 기념하는 문화유적에는 관청, 유명인사의 생가와 거주지, 명소, 성터, 천연수, 고목, 항일의거지, 근대문화예술인들의 연고지 등이 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에 따르면 1월 현재 표석은 총 335개로 사대문 안 도심에 271개(80%)가 있고 강남구, 강북구, 노원구, 관악구, 구로구, 양천구, 중랑구 등 7개 구는 표석이 하나도 없다. 표석 설치 목적에 대한 홍보와 이해 부족, 보이지 않는 소멸문화유적에 무관심 때문에 이전에 세워진 소멸역사유적이나 관련 인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문화지평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도보답사를 하면서 표석이 품고 있는 역사·건축·예술·학술·경관적 가치를 깊이 있게 들여다봄으로써 역사문화도시 서울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인문학적 역량을 시민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이번 답사를 준비했다.
답사와 함께 텍스트 칼럼, 보도자료, 사진 등 디지털 아카이빙을 제작해 뉴스포털에 송출하고 이를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네이버TV,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SNS) 플랫폼에 원소스멀티유즈(OSMU)할 예정이다.
아울러 표석 관리 상태 점검을 병행해 오염 표석 청소와 함께 보수·정비와 표석 문안 중 어색한 표현에 대한 윤문, 내용·위치 오류 등을 팩트 체크하고 표석 미설치 소멸문화유적에 대한 문헌조사와 위치를 특정해 신규 설치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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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일 고려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소멸문화유적에 대한 스토리를 시민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서울을 형성했던 역사적 사실과 공간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란 측면에서 이번 표석 답사 기획은 신선하다”고 말했다.
유동환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표석과 그것에 담긴 소멸문화유적이나 인물에 대한 답사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문화콘텐츠는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워딩으로 주제를 잘 드러냈다”고 말했다.
문화기획자이자 문화지평을 이끌고 있는 유성호 대표는 “문화지평은 옛 물길, 전찻길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울이란 공간의 일부를 찾는 답사에 천착하고 있다”며 “이번 표석을 따라 걷는 답사 역시 ‘서울 따라 걷기’ 시리즈 중 하나란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멸문화유적도 엄연히 우리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단 생각에서 이번 기획이 이뤄졌다”며 “문화유적의 소멸을 야기한 서울의 공간 변화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