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위에서 1위로'....설원의 기적 만들어낸 '17살' 최가온

이석무 기자I 2026.02.13 06:50:30

한국 스키·스노보드 첫 올림픽 금메달
17세 3개월 최연소 금메달 신기록 세워
척추 골절 이겨내고 극적 재기
올림픽 결선서도 부상 딛고 대역전드라마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스노보드의 ‘아이콘’ 최가온(17·세화여고)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눈부신 ‘골든 비행’을 선보이며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두 차례의 뼈아픈 실수를 딛고 마지막 시도에서 빚어낸 극적인 반전드라마였다.

최가온은 13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획득,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재미교포 클로이 김(미국·88.00점)을 따돌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 이후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올림픽 정상을 78년 만에 정복한 순간이었다.

승부는 벼랑 끝에서 결정됐다. 시작은 가시밭길이었다. 최가온은 1차 시기 공중 회전 후 착지 과정에서 보드 날이 슬로프 상단에 걸려 거칠게 굴렀다. 충격이 상당해 한동안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전광판에 한때 ‘기권(DNS)’ 사인이 뜰 정도로 상황이 긴박했다.

최가온은 통증을 참고 다시 파이프 입구에 섰다. 이어진 2차 시기에서도 연기를 완성하지 못했다. 10.00점에 그쳐 최하위권인 11위로 밀려났다.

그 사이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 얻은 88.00점을 앞세워 여유롭게 앞서나갔다. 3차 시기 직전 눈발이 굵어지며 설질마저 나빠지자 대세는 이미 기운 듯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17살 소녀 최가온은 ‘승부사’로 변했다. 그는 무리하게 회전수를 높여 도박을 거는 대신, 900도와 720도 점프를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연결하는 안정적인 전략으로 선회했다.

결과는 대성공. 높이와 회전, 착지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했다. 90.25점. 전광판에 다른 선수들에게는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던 90점 대 점수였다. 최가온이 단숨에 1위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압박감을 느낀 클로이 김이 마지막 시도에 나섰지만 연기 도중 넘어졌다. 승리의 여신은 최가온의 손을 들어줬다.

만 17세 3개월의 최가온은 이날 우승으로 클로이 김이 2018 평창 대회에서 작성한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17세 10개월)을 7개월 앞당겼다. 10대 소녀가 세계 스노보드의 역사도 다시 썼다.

최가온은 한때 김연아를 꿈꾸며 빙판 위를 누비던 피겨 소녀였다.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설원의 새 여왕이 됐다.

사실 최가온의 여정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024년 해외 전지훈련 도중 척추 골절이라는 절망적인 부상을 입었다. 올림픽 출전은 물론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불투명했다.

최가온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시상대 위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가온은 협회 회장사인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1년 가까운 재활을 견뎌냈다. 부상을 털고 돌아온 뒤 올 시즌 참가한 세 차례 월드컵을 모두 쓸어담으며 ‘가온 시대’를 예고했다. 그리고 밀라노 하늘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완성했다.

검은색 손목 보호대를 차고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은 최가온은 시상식 후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에서 “1차시기때 세게 넘어져서 딱 넘어졌을때 어디 하나 부러진줄 알았다. 못 일어날줄 알았다”면서 “그래도 순간 힘이 돌아와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시상식 내내 다리를 약간 절뚝인 최가온은 “지금 당장은 무릎이 조금 아프다”며 “연습때 거의 넘어진적이 없는데 긴장을 해서 그런지 실수가 연속해서 나왔다. 무서웠기도 했고 실수가 나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나를 믿고 끝까지 간 것이 주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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